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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주연 ‘황야’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대지진으로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다는 설정은 작년에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비슷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한 아파트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속편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있다. 속편 여부와 상관없이 ‘황야’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사회적 시스템이 붕괴된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면서 새로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상황을 한국영화의 새로운 소재로 끌어들였다.

종말 이후의 상황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포스트아포칼립스는 2차 세계대전이 원자폭탄 투하로 종전되고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이 진행되던 20세기 후반에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핵전쟁 이후에 인류 문명이 완전히 살아남은 인류가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으로 회귀한 상황에서 공동체를 재건하거나 제한된 자원을 독점한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의 대표작으로는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시리즈가 있고 주요한 이미지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와 무너진 폐허, 그리고 인물들이 입은 누더기 의상이다. 핵전쟁이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이긴 했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소행성의 충돌, 빙하기의 도래, 대홍수와 같이 전 지구적인 규모의 재난과 종말을 가정하는 작품들도 등장했다.

한국에서 포스트아포칼립스 영화는 핵전쟁의 공포를 다루지 않고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포스트아포칼립스 영화는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재난영화들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해운대’(2009) 이후 재난영화는 2010년대 이후에 주요한 장르가 되었다. 특히 2014년의 세월호 침몰과 구조 실패 사건 이후에 지진과 공사현장의 함몰,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들이 많이 등장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부산행’과 ‘킹덤’과 같이 좀비 소재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었다. 재난영화와 좀비 영화는 살아남은 소수의 인물들이 좀비들을 물리치거나 이미 벌어진 재난 상황에서 결국 안전한 곳을 찾아서 떠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여전히 안전함에 대한 불확신은 이렇게 안전을 희구하는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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