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할매래퍼 건강한 노후모델로 급부상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경북 칠곡군의 할매힙합그룹이 내뱉는 랩이 전 세계로 알려질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을 포함한 세계 주요 외신의 취재가 잇따르며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K-할매’를 주목하고 있다.

14일 군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전날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평균 연령 85세 할머니들로 구성된 ‘수니와 칠공주’를 소개하는 기사를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기사를 통해 “칠곡과 같은 농촌 지역은 청년이 도시로 이주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줄어들어 사라질 위험이 크다”면서 “한국의 팔순 래퍼 그룹이 인구 감소로 위협받는 조용한 시골 지역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고 수니와 칠공주를 설명했다. 챙모자에 금속 장신구와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랩을 하는 할머니들의 영상도 기사에 담겼다.
수니와 칠공주는 지난 8월31일 대표곡 ‘환장하지’, ‘황학골에 셋째딸’ 등 여섯곡을 선보이며 정식 데뷔했다. 리더인 박점순(86) 할머니와 최고령자인 정두이(93) 할머니, 여든을 바라보는 최연소 장옥금(76) 할머니까지 여덟 명이 뭉쳐 탄생했다.
할머니들은 칠곡군이 경로당에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늘그막에 한글을 깨쳤다. 랩 공연을 위해 자신들이 직접 썼던 일곱 편의 시를 랩 가사로 바꾸고 음악을 입혔다. 전쟁의 아픔과 배우지 못한 서러움, 노년의 외로움 등을 경쾌한 리듬의 랩 가사로 표현했다. 이들은 매주 연습장 겸 아지트인 마을회관에 모여 노랫말을 외우고 안무를 맞추며 맹연습을 한다. 수니와 칠공주를 응원하는 든든한 팬클럽도 생겼다. 아들·딸·며느리·손주·주민뿐 아니라 김재욱 칠곡군수도 팬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설날을 맞아 자리에 함께한 가족에게 전하는 새해 덕담을 랩으로 전하기도 했다.

칠곡에서 활동하는 노년 그룹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람할매연극단’과 ‘우리는 청춘이다’, ‘어깨동무 등의 할매 래퍼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15인조로 구성된 ‘텃밭 왕언니’도 다음달 창단식을 앞두고 축하 공연 준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칠곡할매래퍼를 ‘K-할매’라고 부르며 칠곡군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전국 고령층을 대상으로 칠곡 할머니들의 래퍼 활동 확산을 약속했다.
김재욱 군수는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지역사회가 긍정적인 관점에서 고령화 현상을 받아들이고 활력 있는 노후생활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할매래퍼 활동을 시작했다”면서 “고령층 문화를 선도하며 지역 성장 기반의 하나로 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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