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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연인 되는 ‘노을맛집’ 호로고루성 가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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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2 11:32:16 수정 : 2024-02-02 11: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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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호로고루성 노을빛 낭만 가득/하늘과 맞닿은 계단이 뷰포인트/‘나홀로 나무’ 당포성은 ‘별빛 맛집’ 

야트막한 언덕 위, 하늘 향해 난 돌계단을 걷는다. 겨울이라 누렇게 색이 바랜 언덕이지만 쓸쓸하지는 않다. 떨어지는 저녁 노을빛이 더해지며 점점 따스한 온기로 채색되기에. 날이 저물며 하늘은 짙푸른 색을 더하니 언덕 위를 걷는 사람들은 보는 이들 가슴에 한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해바라기는 없지만 저녁 해가 늘 강물을 아름답게 꾸미는 호로고루성. 그 위로 별빛 하나둘 내려앉으면 손잡은 연인들 마음에도 작은 별 하나 반짝, 켜진다.

호로고루성.

◆노을빛·별빛 낭만 가득한 호로고루성

 

“친구로 갔다 연인이 돼 돌아올지도 모른다!” 인터넷으로 경기 연천의 ‘인생샷 맛집’ 호로고루성을 검색하자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사실 호로고루는 고구려·백제·신라가 임진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던 역사의 현장이지만, 여행자들에겐 이보다 예쁜 사진을 얻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얼마나 낭만적인 곳이기에 친구도 연인으로 만들어 버릴까.

호로고루성 저녁노을.

호로고루는 초가을이 가장 예쁘다. 입구에 핀 수만 송이 해바라기와 호로고루성,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동화가 따로 없다. 요즘은 겨울이라 해바라기도 코스모스도 없어 많이 썰렁하다. 그럼에도 많은 여행자들이 호로고루를 찾는다. 아침과 저녁노을이 모두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호로고루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뷰포인트. 아무도 없을 때 파란 하늘과 맞닿은 호로고루 계단을 오르는 연인을 찍으면 마치 하늘로 오르는 것 같은 영화나 드라마 속 풍경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해가 떨어질 무렵이 더욱 낭만적이다.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과 장대한 절벽을 붉게 물들이며 옆으로 길게 퍼지는 노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가슴에 아로새긴다. 가시거리 투명한 겨울이라 노을빛이 더 선명한 듯하다.

 

호로고루성은 고구려가 백제, 신라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성으로 은대리성, 당포성과 함께 연천의 3대 평지성으로 꼽힌다. 551년 신라와 백제연합군에게 한강유역을 뺏긴 고구려는 이 성들을 중심으로 임진강 유역에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했다. 특히 호로고루성이 있는 곳은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였다. 개성과 서울을 연결하는 중요한 길목으로 평양에서 출발한 고구려군이 백제 수도인 한성으로 진격하는 최단 코스다. 여기에 강폭이 좁은 여울목이라 배를 타지 않고 강을 건너면 의정부 방면으로 진격할 수 있었다. 실제 삼국사기에는 호로고루 인근 고랑포 일대에서 벌어진 여러 전투가 등장한다.

호로고루성 저녁노을.

발음이 재미있는 호로고루(瓠蘆古壘)는 ‘호로의 오래된 보루’란 뜻. 성 앞을 휘돌아 흐르는 임진강의 모습이 호리병이나 표주박처럼 생겨 호로하(瓠瀘河)로 불렸기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성 자체는 낮은 언덕처럼 생겼지만 28m 높이 현무암 절벽 위에 조성돼 전망이 좋다. 호로고루 위에 오르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임진강과 깎아지른 절벽이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성의 전체 둘레는 401m로 특히 10m 높이 동쪽벽은 토성과 석성의 장점을 적절하게 결합한 축성술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성 안에서 구석기시대의 주먹도끼를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고구려 기와가 가장 많고 고구려 도량형을 알 수 있는 저울추, 다양한 동물뼈와 쌀·콩·조 등 곡물, 도자류, 화살촉, 금동불상 등이 발견돼 당시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당포성.

◆하늘 아래 홀로 선 나무, 당포성

 

호로고루성에서 임진강 상류를 향해 차로 20여분을 달리면 당포성에 닿는다. 이곳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성벽 위에 외롭게 선 나무 한 그루. 겨울이라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는 더욱 쓸쓸하다. 하지만 연인을 옆에 세워 놓고 촬영하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을 멋진 사진을 선물할 수 있다. 동벽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 풍경이 좋지만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역시 한 그루 나무다. 잎이 많을 때는 하트모양을 만들어 사랑나무로 불리기 때문이다. 연인들이 이런 곳을 그냥 놔둘 리 없다. 동벽 전망대에 서자 절벽 아래로 흐르는 임진강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당포성 전망대에는 노란색 달 모양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매년 10월 당포성 별빛축제가 열릴 정도로 이곳은 빛 공해가 없는 청정지역이라 밤이면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진다.

 

당포성의 두 면은 임진강 쪽 절벽이고 평지로 연결된 곳에만 높이 13m의 견고한 성벽을 쌓았다. 특히 동별 앞에는 구덩이를 파서 쉽게 성벽으로 오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역시 전략적 요충지로 양주 방면에서 북상하는 신라군이 임진강을 건너 개성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목이다. 고구려가 축조했지만 나중에 신라가 점령한 뒤에도 성벽을 계속 쌓았기에 신라 기와도 많이 출토된다.

은대리 판상절리.

은대리성은 당포성에서 차로 10분, 1호선 전곡역과는 3분 거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구려 성곽 유적으로 둘레가 1㎞에 달한다. 특히 내성과 외성의 이중 방어체계로 구축됐는데, 한탄강과 차탄강이 만나는 여울목 요충지라 이처럼 견고한 성을 쌓았다. 고구려가 남진하던 시기 후방의 거점 기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은 성벽이 거의 허물어졌고 동벽 일부만 흔적이 조금 남아 있는 정도여서 크게 볼 것은 없다.

은대리 판상절리.

대신 차로 5분 거리인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를 많이 찾는다. 찾기 어려운데 왕림교를 지나기 전 왼쪽으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 있다. 차탄천을 따라 역류한 용암이 절벽에 붉은색의 수평·방사형 절리를 만들어 놓아 마치 외계행성에 온 듯하다. 풍화에 약한 석회질 부분이 깊게 파이면서 상대적으로 강한 규질 부분이 튀어나온 듯 남아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암석의 표면에 다양한 각도로 휘어진 물결 모양이 담긴 습곡구조도 발견된다. 왕림교 동쪽으로 펼쳐진 차탄천 주상절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연천=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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