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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중국 산시성 한중시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주입한 차량 21대가 고장이 났다. 이 차량들은 기름을 넣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동이 꺼졌다고 한다. 검사소에서 해당 주유소 휘발유 샘플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했더니 수분 함량이 88%에 달했다고 한다. 주유소 저장고에 기름 대신 물이 채워졌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2019년 5월에는 허난성 난양시에 있는 칭녠자동차가 물을 동력원으로 하는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주장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칭녠자동차는 물과 알루미늄 분말, 촉매제를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킨 뒤 수소를 만들고 이를 동력으로 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현지에서도 리스크가 큰 데다 경제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결국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한술 더 떠 1999년 우리 군은 이른바 ‘맹물 전투기’ 추락사고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추락 전투기 연료 탱크는 95% 이상이 물로 채워져 있었고, 연료는 5%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50억원짜리 전투기가 이륙 4분이 채 안 돼 엔진 2기가 동시에 꺼져 조종사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은 우리 군의 유류 관리가 어느 정도로 부실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해외토픽감이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대대적인 군부 숙청에 나선 배경이 군 전반에 퍼진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미 정보당국자들은 특히 2016년 창설된 중국 로켓군의 내부 부패 정도가 매우 심각해 당분간 주요 군사 작전 수행을 고려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시 주석이 공을 들여온 중국군 현대화 시도가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놀랍게도 확인된 비리 가운데는 로켓에 연료 대신 물을 채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0여년 전 말이 끌던 마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 내연기관이나 로켓 엔진도 언젠가는 자취를 감출 게다. 하지만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거나, 맹물 전투기와 로켓이 하늘을 덮을 날은 시기상조임이 분명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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