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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위 하얀가루 뿌려진 K다방 여주인 살인사건, 12년 지나 범인 잡았다…도대체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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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4 12:49:08 수정 : 2024-01-04 13: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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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9일. 12년 전 딱 이맘 때의 일이다. 50대 K다방 여주인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여주인의 시신 위엔 하얀 설탕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사이코패스’라는 범죄용어가 대중에게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부모를 잔혹하게 죽이고 하얀가루를 뿌린, 영화 ‘공공의적’을 떠올리게 했다. 사건은 미스터리 투성이었다.

 

12년이 지난 2024년1월4일, 물음표만 가득한 K다방 여주인 살인사건 전모가 세상에 드러났다. 여주인을 살해한 건 경남 양산 여관에 사는 50대 현장 노동자 A씨다. 시신 위 설탕, 미스터리한 미제 사건. 경찰이 발표한 수사내용과 과거 취재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2012년 K다방 여주인 살인 사건이 발생한 울산 남구의 한 건물. 울산경찰청 제공

◆시신에 설탕, 침입흔적은 없다

 

2012년1월9일 오후 9시쯤 울산 남구의 한 건물. 2층에 있는 K다방이 마칠 시간이다. 여주인은 다방 내실에서 반려견 한 마리와 혼자 생활까지 했다. 다방에 40대 A씨가 손님으로 들어섰다. 그는 이혼 후 조경현장 등에서 현장노동자로 일하며 여관 생활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여주인에게 성적 제안을 했지만 바로 거절당했다. 오후 9시27분. A씨는 화를 참지 못했다. 발로 여주인의 배를 걷어찼다. 쓰러진 여주인 위에 올라 타 손으로 목을 졸랐다. 여주인은 손톱으로 A씨의 손 부위를 긁으며 저항했지만, 적당히 덩치가 있는 40대 남성의 힘을 이겨내지 못해 질식사했다.

 

A씨 눈에 테이블 위 놓인 설탕통이 들어왔다. 그는 사망한 여주인 몸 위에 설탕을 부었다. 영화 ‘공공의적’은 알지 못했다. 열쇠는 하나로 묶여 입구 근처에 있었다. 그대로 들고 나와 문을 잠근 뒤, 갖고 걷기 시작했다. K다방이 있는 남구에서 태화교만 건너면 원도심인 중구 성남동이다. A씨는 술을 마신 뒤 여관에서 잤다. 다음 날 잠에서 깬 A씨는 양산으로 갔고 계속 머물렀다. 경찰에 붙잡힐까봐 울산과 사건현장은 가지 않았다. A씨는 욱 하는 성질만 같을 뿐, 영화 속 사이코패스 조규한과 달리 치밀하지 않았다. 뉴스를 보지 않았고, 수사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도 없었다. 양산의 여관에 달방으로 살면서 부산과 양산 쪽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K다방 출입문. 출입을 금지한다는 테이프가 붙어있다. K다방 여주인 살인사건은 미제사건이 됐다. 울산경찰청 제공

살인사건 다음 날인 1월10일 오후 11시26분, 112 상황실에 시신이 있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K다방 계산대 옆에서 50대 여주인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계산대는 출입문 바로 앞에 있다. 여주인의 목은 피부가 벗겨진 채 무언가에 졸린 흔적이 있었고, 몸에는 흰색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다방 내실에 반려견만 살아 있었다. 2층에 있는 다방 출입문인 철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창문 틀에도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외부 침입이나 도주 흔적이 없었다는 거다.

 

◆미스터리 투성이, 결국 12년간 미제로

 

시신을 발견한 건 여주인의 사위다. 여주인은 이날 딸 부부의 집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자정이 다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사위는 다방을 직접 찾았다. 굳게 잠긴 철문을 열려고 열쇠 수리공을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가 시신을 발견,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사건을 살펴볼수록 의문점이 쌓였다. 다방엔 300여만원과 400여만원이 각각 든 통장, 동전이 그대로였다. 금품을 노린 단순강도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였다. 특별한 원한관계도 드러나는 것이 없었다.

K다방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울산 남구의 한 거리 풍경. 울산경찰청 제공

의문점은 또 있다. 여주인은 사건 얼마 전 철문의 열쇠를 바꿔 달았는데, 새 열쇠 3개가 모두 사라졌다. 열쇠를 모두 찾아 달아난 것은 매우 이상했다.

 

모든 사건을 쉽게 해결해 줄 다방 앞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강력계 형사를 모두 투입해 여주인의 사망추정시간인 9일 오후9시30분부터 10일 오전 6시30분까지 CCTV에 찍힌 인물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하지만 결국 누구인지 밝히지 못했다. 하필 CCTV는 회전식. 동서남북으로 10초씩 화면을 촬영하며 회전했다. 한 번에 40초 정도 시간 차가 나기 때문에 일부 시간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는다. 범인이 찍히지 않은 이유다. 그렇게 K다방 여주인 살인사건은 미제사건이 됐다. 이곳저곳을 떠도는 현장 노동자가 범인일 것이라는 추정만 남았다.

 

7년 뒤인 2019년 10월, 울산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K다방 여주인 살인사건에서 발견됐던 유전정보의 재감정을 의뢰했다. 유전정보는 여주인의 손톱에서 발견됐다. 당시엔 기술이 부족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확인 못했다. 7년 사이 기술은 발달했고, A씨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그에겐 다른 다방 마담을 폭행한 전과가 있었다.

K다방 여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A씨가 체포됐다. 울산경찰청 제공

◆발전한 과학, 300명·500곳 탐문해 ‘체포영장’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 3명 모두 K다방 여주인 살인사건에 집중했다. 살인죄는 철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유전자 증거 하나로는 부족했다. 섣불리 나섰다 A씨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 진짜 범인을 놓치게 된다. 증거로 옭아매 범행을 부인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인적사항을 확인하고도 5년간 증거 모으기가 이어진 이유다. A씨의 행적, 주변인 탐문, 통화내역, 금융거래내역 등 샅샅이 살폈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 주변인들이 모두 흩어지고 사라졌다. 500여곳을 뒤져 수소문 끝에 겨우 찾으면, 진술을 안 해주려했다. A씨 직장동료, 다방 주변인 등 300여명을 찾고 설득하는 일이 계속됐다. 의학자를 찾아가고, 법의학자 감정서도 하나하나 확보했다. K다방 옆엔 다른 다방이 있었다. A씨는 이곳을 매일 찾아가다시피 한 단골이었다. 해당 다방 마담은 “K다방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부터 A씨가 우리 다방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았어요”라고 진술했다.

 

많은 증거가 모였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 2023년12월27일 오전 7시쯤 형사들은 A씨가 살고 있는 여관방 앞으로 갔다. 마침 A씨가 출근하려 여관을 나섰다. “A씨? K다방 여주인 살인사건 피의자로 체포합니다.” 미란다 원칙이 고지됐다. A씨는 순순히 체포됐다. 그는 결국 “제가 여주인을 살해했습니다”고 자백했다. A씨는 12월29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2000년 8월 이후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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