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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매매’ 억만장자 엡스타인, 유죄 받고도 성착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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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18 15:44:52 수정 : 2023-12-18 15: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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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재계 VIP들 ‘묵인’ 속 문제적 행실 이어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유죄 판결 이후에도 10·20대 여성 모델 수십명을 성적으로 착취했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이후 2019년 두 번째로 체포되기 전까지 공식 석상에 종종 10대 후반∼20대의 젊은 여성 모델을 데리고 나타났고, 그와 친분이 드러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를 비롯한 미국 정·재계 거물들은 그의 문제적 행실을 사실상 ‘묵인’했다고 WSJ는 비판했다. 

제프리 앱스타인. AP연합뉴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엡스타인은 사교 모임부터 학술 포럼까지 어린 모델들을 데려가 자신의 인맥을 뽐냈고, 일자리를 얻게 해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이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를 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4년 엡스타인과 8개월간 일했다는 한 폴란드 모델은 엡스타인이 그가 게이츠 재단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게이츠 MS 창업주,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우디 앨런 미 영화감독 등과 만나게 해 줬다고 WSJ에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한 2014년 한 폴란드 모델이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빌 게이츠 MS 창업주, 우디 앨런 영화감독과 촬영한 사진. WSJ 홈페이지 캡처

이제 20대가 된 이 모델은 “지금 저기 (과거 사진들) 속 내 자신을 보니, (내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였을 리 없다는 것을 알겠다”고 WSJ에 말했다. 

 

변호사 브래드 에드워즈는 “엡스타인이 수많은 권력자들과 합법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면 2008년 이후 대부분의 여성들을 성추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폴란드 모델을 비롯해 엡스타인을 고발한 150여명을 대리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이 모델 외에도 다른 여성들에게 앨런 감독의 영화에 출연시켜 주겠다거나, 유엔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중개인이나 다른 여성 모델들을 통해 피해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17세 때 자신이 속한 기획사 소개로 엡스타인을 만났다던 한 러시아인 모델은 엡스타인이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몇 번이나 도움을 줬고, 큰 의심 없이 동료 모델 5명을 대가 없이 그에게 소개했다고 WSJ에 전했다. 그러나 엡스타인이 신체적·성적 접촉을 요구하기 시작하자 이를 거부하고 연락을 끊었다. 

지난 2019년 7월 미국 뉴욕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시위대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미국 고위 인사들을 비난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자신이 소개해 준 모델들과 엡스타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아직까지도 내가 이용당한 것인지 확실히 알기 어려워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엡스타인은 2008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을 뻔 했으나 검사와의 감형 협상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그는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두 번째로 체포된 이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엡스타인의 유죄 판결 이후 유명 인사들은 앱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것을 후회하며, 피해자들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엡스타인 사건의 여파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정계를 흔들고 있다. 지난 11월 세계 최대 종합금융기업 JP모건 체이스는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에게 합의금 총 2억9000만달러(당시 약 3800억원)를 지불하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미국 뉴욕의 JP모건 체이스 본사 앞 표지판. 뉴욕=AP뉴시스

피해자들은 JP모건이 고객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사용 용도를 파악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JP모건 체이스는엡스타인의 범죄 행위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엡스타인과 금융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또 JP모건 재판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법원이 엡스타인과 교환한 모든 통신 기록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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