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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코스모스의 말이 넘치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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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10 23:17:41 수정 : 2023-12-10 23: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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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이다. 2023년에도 우리는 다양한 상대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다사다난했다. 우리는 연인으로, 가족으로, 이웃으로, 직장인으로, 국민으로, 세계인으로 역할을 달리하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간다. 옛적부터 인간과 인생을 ‘연극’과 ‘배우’에 비유하는 문학가나 철학자가 많은 까닭일 것이다.

인간은 상대에게 또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이기를 원한다. 그래서 시인은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고 노래한다(김춘수, ‘꽃’).

의미 있는 관계는 호감이 오고 가는 관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감을 추구한다. ‘호감 추구’는 타인이 자신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게 하려는 것으로, 자신을 좋아하게 하려는 것이다. 인간이 있는 곳, 만나는 곳, 어울리는 곳이면 어디서든 발생하는 본능적 욕구이다. 호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나게 하는 강력한 후광효과(halo effect)를 지닌다. 후광효과는 상대에 대한 호의적/비호의적 인상이 그 사람에 대한 다른 요소들도 호의적/비호의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영향력을 지닌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외모에 대한 호감이 성격, 리더십, 사회성, 협동심, 정직성과 같은 개인적 특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한다는 것이다.

호감 추구를 위한 최고의 수단은 무엇일까? 호감 추구가 진정으로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를 목적한다면 학연 혈연 지연 권력의 네트워크와 같은 전통적인 요소나 근래 들어 위력을 떨치는 돈이나 외모는 아닐 것이다. ‘좋은 관계’는 일시적·비합리적·불안정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적·합리적·안정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요란한 격식이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은 말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형성·유지·발전·해체하는 ‘호모 커뮤니쿠스’이다. 인간에게는 말이 호감 추구의 필연적이고 유용한 수단이다. 말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윤활유도 접착제도 절연제도 될 수 있다. 말이 ‘좋은 관계’를 위해 강력한 후광효과의 주인공인 것이다. 새해에는 혼돈한 ‘카오스의 말’이 아니라 조화로운 ‘코스모스의 말’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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