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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교화본색’ 만델라소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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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4 23:05:01 수정 : 2023-12-04 2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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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성인이더라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고 아무리 죄인이라도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있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이다. 법조계에선 이 말이 자주 회자된다. 그만큼 과거의 잘못을 어느 정도까지 처벌할지에 대해 법조인들이 고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취재를 준비하며 기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주변 법조인들로부터 ‘미성년자가 교도소에 수형될 정도면 중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피해자들이 기사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출소 후 반성하고 살아보려는 이들이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다시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안경준 사회부 기자

만델라 학교의 교장을 맡은 김종한 남부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30년 넘게 교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첫 근무지가 흉악범들이 수감되는 것으로 유명한 청송 교도소였다고 했다. ‘육지의 섬’이라는 별명이 있는 만큼 구불구불한 오프로드를 지나고 지나서야 교도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과장은 첫 근무지가 교도소의 본질에서 어긋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곳에 교도소가 있다 보니 전혀 교화되지 않고 출소하는 수형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 교도소로 돌아와 만나는 범죄자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직접 만난 소년수들도 같은 말을 했다. 교도소에 있다 보면 막연히 돈 벌 궁리를 하는 분위기고 결국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A군은 “대부분 다 동네에서 계속 (어울리던 친구들과) 놀겠다거나 여기서도 사고치며 사는 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만델라 학교는 당초 소년수들과 검정고시까지 응시할 계획이었다. 수능에 응시하는 것은 남부교도소 교정직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수년간 수형자들을 관리하고 교도(敎導)에 대해 고민한 실무자들이 제안한 것이다. 김 과장은 수능을 본다고 이들이 반드시 교화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줘야 사회에 나가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김 과장의 30년 경력 동안 교도소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수형자들이 바로 만델라 학교 소년수들이라고 한다.

최근 엄벌주의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단순히 근래 흉악 범죄가 이어졌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회에 쌓여 온 불안감이 엄벌주의로 향하고 있다. 장기 수감을 마치고 복귀한 범죄자 거주지에는 폐쇄회로(CC)TV를 늘리기도 한다. 하지만 범죄자를 계속 사회와 단절시키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범죄자들을 다루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 수감된 사람은 결국 나오게 된다.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은 새로운 피해자를 막는 일이기도 하다.

만델라 학교 소년수들이 수능에 도전하는 이유는 ‘인생역전’이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돈을 벌어 살아갈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소년수들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보다 앞으로 사회에 나와있을 날들이 더 많다. 이들이 출소 후 변화한 모습을 보여 올바른 교도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안경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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