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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TEL 주기적 감시 가능… 남북, 우주서 ‘정찰전쟁’ 본격화

입력 : 2023-12-03 19:15:27 수정 : 2023-12-03 2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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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軍, 첫 정찰위성 발사 성공

軍 ‘1호기’ 전자광학·적외선 장비 탑재
지상 30㎝ 물체 식별… 사람 동선도 파악
운용 시험 평가 후 내년 상반기 전력화

北 ‘만리경 1호’ 해상도 1∼5m 내외 추정
관영매체 “독립 조직서 임무 수행 착수”
美가 위성발사 제지 땐 ‘대응조치’ 엄포

남북 간 우주 경쟁이 본격화했다. 우리 군 최초의 정찰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북한은 지난달 쏜 자신들의 첫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정식 임무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우주 공간에서의 치열한 대결을 예고했다.

 

3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우리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이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한국시간으로 전날 오전 3시19분 발사됐다. 2분22초 뒤 1단 추진체가 분리돼 떨어져 나갔고, 이어 약 20초 뒤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분리됐다. 위성은 발사 14분 만에 2단 추진체에서 분리돼 목표로 설정한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발사 78분 만에 해외 지상국과 처음 교신한 데 이어 이날 오전 9시47분 국내 지상국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軍 “정찰위성 1호기 교신 성공” 우리 군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가 미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3시19분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는 3일 “정찰위성이 이날 오전 9시47분 국내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제공

이번에 발사한 위성은 2025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425사업’의 일환으로 우리가 독자 개발했다. 고도 400∼600㎞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다.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를 탑재했으며 앞으로 4∼6개월 동안의 운용 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전력화한다.

 

위성의 해상도는 서브미터급으로 지상의 30㎝ 물체도 식별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군사정찰위성 기능을 하려면 해상도가 1m는 돼야 한다고 보는데, 해상도 30㎝ 수준이라면 도로 위 자동차의 종류나 사람 동선 등도 파악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다목적 실용 위성) 아리랑 3호보다 3.4배가량 정밀하다”며 “세계 5위 안에 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장사정포 진지 등 고정 표적물의 경우 주기적 감시가 가능해진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은 “해상도가 30㎝라고 하면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정도는 명쾌히 보일 것”이라며 “장거리 미사일은 20m에 육박하니 잘 보일 것이고, 옆으로 누워 있으면 KN-24 이런 것들도 식별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TEL이 어느 곳에 있는지 정확한 파악이 어려워 적의 공격 징후 발견 시 선제타격하는 시스템 ‘킬체인’ 역량의 강화에 직접적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4기의 정찰위성을 더 쏘아 올려 총 5기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그렇게 되면 2시간마다 북한 미사일 기지와 핵실험장 등을 밀착 감시할 수 있다. 여기에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도 궤도에 올린다면 재방문 주기를 더욱 단축시킬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위성 5개로 북한 전역을 빈틈없이 감시하긴 어렵다”면서도 “계획대로 초소형 SAR 위성 32기를 쏘아 올리면 재방문 주기가 30분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12월 하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1호는 해상도가 1∼5m 내외로 우리 군의 위성보다 성능이 훨씬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우리 군사시설과 전력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북한은 만리경-1호의 세밀 조종을 마치고 정식 임무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에 조직된 정찰위성운용실은 2일부터 자기 임무에 착수했다”며 “독립적인 군사정보 조직으로 자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획득한 정보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해당 상설 집행부서에 보고되며 지시에 따라 국가의 전쟁 억제력으로 간주되는 중요 부대와 조선인민군 정찰총국에 제공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앞으로 다양한 목적의 위성이 필요하다고 국가 정책 목표로 강조해왔다. 이번 군사정찰위성 1호 발사가 그 시작인 만큼 “주권적 권리”라고 정당성을 주장하며 여론전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전날 외무성과 국방성 대변인은 미국이 위성 발사를 제지하는 경우 각각 맞대응할 외교적, 군사적 조치도 감행하겠다고 선포했다.

 

남북이 상대방의 정찰위성을 무력화하는 등 본격적인 우주전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클린켈 셰릴 미 우주군사령부 공보실 국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북한의 정찰위성 활동을 막을 역량이 우주군에 있느냐’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다양한 가역적·비가역적 방법을 사용해 적의 우주·반우주 역량과 활동을 거부할 수 있다”고 답했다. ‘비가역적 방법’이란 위성 파괴를, ‘가역적 방법’이란 위성이 성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각각 의미한다. 이에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우리의 정찰위성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시사하는 망발”이라며 “절대 간과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구현모·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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