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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 바이든 대통령 고령 논란
행사서 농담하며 건재함 과시
경험·연륜 앞세워서 정면돌파
대선 변수 작용될지 지켜봐야

“60세가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려워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81번째 생일인 지난 11월20일, 마침 백악관에서 칠면조 사면 행사가 열렸다. 칠면조 사면이라는 다소 엉뚱한 행사를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 아침에 어떤 말을 할 것인지가 더 궁금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분위기, 참석자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앞서 다수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가 대통령의 생일이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생일을 최대한 조용히 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생일이 정치적으로 썩 반가운 날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의 생일이 부각되지 않고 지나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행사가 열린 백악관 남쪽 잔디밭(사우스론)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실과 로즈가든 사이의 팜 룸 문앞에 늘어선 기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과 관련한 발언을 할 것인지를 두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한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려 81세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이날 행사에 초대된 참석자 가족이 자신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고 소개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몇몇은 바이든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생일을 축하한다”고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60세가 됐다고 능청을 떨었고, 청중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칠면조 사면 행사가 올해로 76주년을 맞았다고 소개하고 “첫 번째 행사에는 제가 참석하지 못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너무 어려서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농담이 맘에 들었는지 소리 내 웃었고, 참석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꽤 쌀쌀한 날씨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칠면조 사면 행사가 끝나고 오래 사우스론에 머물며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대화를 나눴다. 행사 내내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최근 나이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 기조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고령 논란을 피하기보다는 나이 관련 농담을 하고, 경험과 연륜을 앞세우고,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는 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응답이 70%를 넘기는 등 고령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나이 논란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내부에서 내년 대선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외부 활동을 줄이면서 고령 논란을 일으키는 실수 등을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반대편에서는 고령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더 왕성하게 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이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하는 쪽이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조 할아버지가 더 많이 농담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쟁자, 77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를 ‘허머스’(Hummus: 중동 음식)라고 부른다든가, 엉뚱한 도시 이름을 말하고,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겼다고 말실수를 하고 있기도 하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선에 뛰어들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고령 논란이 사그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왜 ‘60세’가 되는 것이 어렵다고 했을까.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이 바이든 대통령과 같이 1942년 11월20일로 생년월일이 같은 남녀 10여명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힌트를 찾았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한 여성은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면서 “80세는 새로운 60세”라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바이든 대통령의 동갑내기 대부분이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하기에 나이가 많으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은 뜨겁지만,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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