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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6월11일 오전 10시,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시) 중심가 도로 한복판에 틱꽝득(釋廣德)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젊은 승려가 스님의 몸에 휘발유를 쏟아붇자 손수 성냥을 켜 몸에 불을 붙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스님은 미동도 없이 합장한 채 육신을 불태웠다. 스님의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당시 정권의 부패와 불교 탄압에 대한 저항의 표시였다. 이 충격적인 장면은 현장에 있던 AP통신 사진기자에 의해 전 세계로 타전됐고, 이후 정권의 붕괴와 베트남전쟁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말한다. 종교적 행위로 일종의 분신이다. 불교 역사에는 소신공양을 한 사례가 여럿 있다. 국내에서는 충당 스님이 1998년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감로사에서 평화통일과 중생 구제를 염원하며 소신공양을 한 게 처음이다. 이어 2010년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 중지와 평화를 염원하며 결행했고, 2017년 정원 스님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며 소신공양했다.

일반인들로선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깨우침을 얻기 위해 명상으로 일과를 보내는 스님들의 절제된 삶을 고려하면 화형의 고통도 감내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 메디컬 센터의 퍼델 지단(Fadel Zeidan) 박사팀은 2016년 실험을 통해 명상이 진통제보다 낫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죽음을 두고 조계종이 충격에 휩싸였다. 조계종은 사인이 소신공양이었다고 발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어제 “절대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성취를 하신 것 같다. 그 이상 그 이하, 덧붙이거나 왈가왈부할 문제가 이제 아닌 것 같다”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런데도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다. 2009년부터 8년간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연임했고,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한 점을 고려할 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살이 인생의 답인가. 득도한 자의 결론인가.” 수행자가 아닌 중생들의 의문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듯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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