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송현광장)’을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부지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관련 자료제출을 두고 벌써부터 파열음이 일고 있다. 오 시장이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시의회에 제출하라는 요청에 서울시가 연이어 불응한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최재란 시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송현공원 내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검토‘ 자료 제출을 거부한 시를 비판했다. 최 시의원은 이달 17일 제321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 5분발언에 이어 24일 2024년도 미래공간기획관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도 해당 문서 제출을 거듭 요구한 바 있다.

이 자료는 서울시 내부에서 작성된 PPT 파일로, 오 시장이 이달 9일 서울시청을 찾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들과 오찬을 가진 후 직접 브리핑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이승만기념관 건립의 당위성을 설명하자 오 시장은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시의원은 송현동 부지 활용 및 공원화 사업과 이승만기념관 건립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해당 자료를 검토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예산 심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별다른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자료에는 이승만기념관 건물 배치도, 면적, 소요경비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또 “공식적으로 작성되지 않은 비공식 자료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최 시의원은 “결재문서가 아닐 뿐 서울시 실무부서에서 작성하고 외부 시민들 앞에서 시장이 직접 발표한 자료”라며 “내부검토 중인 비공식 자료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최 시의원은 현재 서류제출 요구의 건을 주택공간위원회 상임위에 건의한 상태다.
앞서 오 시장은 5월 송현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所) 개장식에서 송현광장을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비우고 이건희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오 시장이) 불과 몇 개월 전 자신의 약속을 뒤집는 상황에서 이를 밀실에서만 논의해왔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래공간기획관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에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이 들어서려면 시민의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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