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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너를 줍다’라는 제목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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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06 14:00:00 수정 : 2023-11-06 10: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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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를 줍다’(감독 심혜정, 2023) 스틸컷. 시내필름/영화로운형제

 

심혜정 감독의 영화 ‘너를 줍다’가 이달 8일 개봉 예정이다. 이 영화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영화 내용이 매우 궁금해졌다. 오늘은 영화 ‘너를 줍다’가 줍는 것들에 대하여 살펴보고 싶다. 누굴 어떻게 하는 영화인 걸까? 영화 제목에 대한 고찰 정도가 되겠다. 

 

보통 ‘줍다’라는 표현은 사람에게 잘 쓰지 않는다. 거의 유일하게 들어본 경우가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표현 정도인 것 같다. 입장에 따라 장난스러운 말이기도 하고, 무시무시하거나 슬픈 말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의미인 걸까? 

 

아무래도 ‘줍다’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쓰는 경우는 “쓰레기를 줍다” 정도일 듯한데, 그렇게 누군가를 줍는다는 게 무얼 은유하는 걸까? 이래저래 ‘너를 줍다’라는 영화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너를 줍다’(감독 심혜정, 2023) 스틸컷. 시내필름/영화로운형제

 

원작인 하성란 작가의 ‘곰팡이꽃’과는 제목과 내용이 모두 달라졌는데, 원작 소설이 이웃의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남자의 이야기라면, 영화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그들과 직접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 지수(김재경)가 언젠가부터 시작한 일종의 취미이자 주변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지수가 아파트 수거장에서 쓰레기봉투를 골라 집으로 들어와 쓰레기를 살펴보는 모습은 꽤 전문적으로 보인다. 욕실에 비닐을 깔고, 장갑을 끼고 꽤 청결하게 모든 절차가 진행된다. 마치 과학수사대 수사처럼, 사진도 찍고, 화이트보드에 무언가 적기도 하고, 동 호수를 적어 파일철도 만든다. 

 

이쯤 되면 얼마 전 큰 인기를 얻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떠오른다. 동은(송혜교)은 연진(임지연)네 집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활용한다. 물론 치밀한 복수 준비 과정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조력자 현남(염혜란)을 만나기도 한다. 

 

영화 ‘너를 줍다’(감독 심혜정, 2023) 포스터. 시내필름/영화로운형제

 

‘너를 줍다’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지수는 복수나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매우 깔끔하게 나름 전문적인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 의도가 어두운 쪽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렇게 알게 된 이웃의 정보로 그들을 표 안 나게 도우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지수는 재우(현우)를 알게 된다. 굳이 쓰레기봉투를 뒤지지 않았어도, 알고 지내게 될 수도 있는 옆집 남자지만, 쓰레기를 살펴보다 그에게 끌린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활용해 재우가 먼저 지수에게 말을 걸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둘은 만남을 이어간다.

 

사실 우리는 표현을 달리해서 그렇지, 어떤 사람에 대한 정보를 일종의 줍기처럼 찾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현관에 걸린 우유를 볼 수도 있고, 편지함의 우편물이 슬쩍 보일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는 SNS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들의 직업이나 취향, 지금 여행 중인 곳 등을 알 수도 있다. 

 

물론 SNS에 그들이 올린 정보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정보이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허세 혹은 바람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오히려 그들의 실체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너를 줍다’에서 지수도 그렇게 믿는다. 

 

영화 제목 ‘너를 줍다’는 ‘너를 만나다’나 ‘너를 알아가다’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요즘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찾아내고, 알아낼 수 있는 시기에, 이 영화는 그 다양한 소통의 방식을 꽤 많이 활용한다. 쓰레기가 시작이었지만, 이후 대화, 전화, 문자, 사진 등을 활용한다. 오프라인 온라인, 웹, 모바일 모두 두 사람을 연결한다.

 

영화 ‘너를 줍다’(감독 심혜정, 2023) 스틸컷. 시내필름/영화로운형제

 

다만 그들을 계속 응원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워진다. 영화는 우연과 의도, 목격과 스토킹이라는 극과 극의 경계에서 조심스럽게 그들을 다룬다. 아마도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며 이젠 결말이 궁금해진다. 과연 그들을 어떻게 될 것인가? 

 

차분한 색감과 음향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줍는 그러니까 알아가는 과정을 보다 보면,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는 방법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린 보통 어떻게 만나고 있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영화 ‘너를 줍다’는 개봉 첫 주 GV도 진행한다고 한다. GV를 통해 감독과 배우를 만나보길 바란다. 영화와 영화를 만든 이를 만나는 방법도 다양하니 최대한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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