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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웅 이순신’ 무대에서 만난다… 창작가무극 ‘순신’, 시대의 희생양이자 영웅 이순신의 고뇌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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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25 05:00:00 수정 : 2023-10-25 08: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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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은 우리 민족의 영웅 중 영웅으로 손꼽힌다. 괜히 ‘성웅 이순신’, ‘난세의 영웅’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무능하고 당파에 골몰한 왕과 신하들 탓에 조선이란 나라는 장군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일본 손에 넘어가고 백성들은 비참한 노예 신세가 됐을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활약상을 중심으로 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큰 인기를 끈 데는 여러모로 어려운 시절에 충무공 같은 초인적인 영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판소리와 무용, 뮤지컬이 결합한 창작가무극 ‘순신’의 이지나 연출(왼쪽)과 이자람 작창. 서울예술단 제공

이번에는 판소리와 무용, 뮤지컬을 결합한 총체극 형태로 이순신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 관객과 만나다. 서울예술단이 다음달 7∼2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하는 창작 가무극 ‘순신’이다. 위대한 영웅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연출가 이지나, 소리꾼 이자람, 음악감독 김문정, 무대미술가 오필영 등 이름난 창작진이 한데 뭉쳤지만 부담감이 작지 않다.  

 

24일 예술의전당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지나 연출은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걸음걸이 하나 등 이순신이란 사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와 달리 (시·공간 등 제약이 많은) 공연 장르는 실험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순신의 일생이 아니라 한국인 누구에게나 초인의 상징인 그의 인간적 고뇌와 고통을 관객들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순신’은 이순신 장군이 남긴 ‘난중일기’에 나오는 그의 꿈 이야기 40여개를 엮어 역사적인 사건과 교차 편집한다. 용맹한 장수이자 충직한 신하이며 효심 깊은 아들이자 가슴 아픈 아버지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 이순신의 내면에 집중한다. 임진왜란 당시 해전 등 이순신의 행적은 판소리로 표현하고, 이순신의 꿈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는 각각 무용과 뮤지컬에 담는다. 

 

소리꾼 이자람

임진왜란 발발과 한산·명량·노량대첩 장면의 판소리 작창도 맡고 있는 이자람은 대본을 판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화가 났다고 했다. “전쟁이 났는데 (조정은 왜군을 어떻게) 무찌를까 대신 당파 싸움하느라고 이순신을 좌천시켰다가 다시 (전장으로) 끄집어내는 등 너무 많이 이순신을 괴롭히잖아요. 그런데 이순신은 오로지 바다만 쳐다보며 ‘이 나라를 어떻게 하지(지키지)’만 하고 있으니 울분이 (치밀었습니다.)”

 

이자람은 “제가 느낀 울분 같은 걸 잘 전달하고 관객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었다. 전쟁 장면도 멋지게 나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순신에 대해 “초인이지만 연민이 가는 인물”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초인으로 태어난 게 아니고 처음부터 주목받는 장수도 아니었는데 시대와 맞물린 여러 상황이 몰아치는 바람에 이순신은 ‘시대의 희생양인 동시에 영웅’이 됐다고 하면서다.  

 

연출가 이지나

이순신 역은 무용수 형남희가 맡는다. 형남희는 이순신의 고통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내면은 서술자인 ‘무인’(이자람)과 코러스가 들려준다. 이순신의 막내아들 ‘면’(권성찬)과 여성임을 감춘 채 왜란에 참전한 ‘하연’(송문선)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뮤지컬로 소개된다. 하연은 작품 속 유일한 허구 인물이다. 뮤지컬 장면은 판소리와 춤으로 이순신이 겪은 역사적 사실과 활약상, 내면을 보여주는 동안 관객들이 느낄 긴장감을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 

 

이지나 연출은 “판소리와 무용, 뮤지컬을 섞은 공연인 만큼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감정의 조각을 매끄럽게 잘 연결하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작업 중”이라며 “초연부터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려는 욕심보다 (가치가 있는) 작품에 오랜 시간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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