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전 5시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14층에서 경찰관 한 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추락사한 경찰관은 강원경찰청 소속 A 경장으로, 사건 당일 아파트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일행 중 1명이 A 경장의 추락 사고를 경찰에 신고했고, 참석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 경장이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고 진술했다.
그날,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임 참석자 25명 추정
최초 경찰이 파악한 모임 참석자는 A 경장을 포함해 총 8명이었다. 이후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와 기존 입건된 7명의 휴대전화 연락 기록 등을 통해 현장에 일행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이 파악한 참석자는 지난 8월31일 총 16명으로 늘었고, 이달 7일 21명으로 늘어났다.
참석자 수가 늘어난 데 대해 경찰은 “아파트 CCTV가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것 외에 고장난 탓에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피의자들이 입을 맞춰 다른 5명의 혐의를 숨겼다고 부연했다.
이후로도 입건자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28일 현재 경찰은 사건 당일 아파트에 A 경장을 포함해 총 25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직업은 의사, 헬스 트레이너, 대기업 직원 등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해당 모임이 운동 동호회 모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참석자들은 정씨와 이씨의 생일 파티 성격의 모임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실제 운동 동호회 활동을 해온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보다는 서로의 지인을 데려오는 ‘번개’ 방식으로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회 모임이 마약 모임으로?
문제는 이들이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들이 ‘마약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건 직후 경찰은 모임이 있었던 아파트에서 주사기와 성분을 알 수 없는 알약 등을 발견해 정밀 감정에 나섰다. A 경장과 모임 참석자들에 대한 마약 간이시약 검사와 정밀 감정도 실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및 약독물 감정 결과 A 경장의 소변·모발·혈액에서는 필로폰·케타민·MDMA(엑스터시)와 신종 마약인 메스케치논, 펜사이클리딘 유사체 성분 등이 검출됐다. 펜사이클리딘은 일명 ‘천사의 가루’로 불리는 약물로 1950년 의료용 마취제로 개발됐다가 자살 충동과 환각, 발작 등 부작용이 심각해 사용이 중단됐다.
모임 참석자 중 5명도 마약 간이시약 검사와 정밀감정에서 케타민·MDMA·필로폰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모임이 열린 아파트 세입자로서 모임 장소를 제공한 정모(45)씨는 대마도 양성 반응이 나왔고, 마약을 공급한 이모(31)씨의 소변에서는 A 경장과 마찬가지로 메스케치논와 펜사이클리딘 유사체 성분이 검출됐다.
이들 일행 중 일부가 사건 당일 아파트에 모이기 전 이태원의 한 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은 지난 5일 해당 클럽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사망자 제외 전원 입건
사망한 A 경장을 제외한 24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이 가운데 모임이 열린 아파트 세입자인 정씨와 마약을 공급한 이씨가 마약 모임을 주도했다고 보고 지난 20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아울러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A 경장에게 마약을 판매한 문모(35)씨도 구속해 지난 21일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 거래에 관여한 인물이 더 있는지 추적 중이다.
A경장에 대해서는 마약류 투약 등 혐의로 입건 후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하고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다만 A 경장의 마약류 제공 여부 등 혐의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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