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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 부른다. ‘나라의 심부름꾼’이라는 의미다. 국민 혈세를 받는 만큼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받지만 직업의 안정성을 이유로 한때는 취업준비생의 40% 이상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정도로 광풍이 불기도 했다. 그런 공무원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평균 경쟁률은 22.8대 1에 그쳤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2019년 39.2대 1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민원인 응대가 많아 ‘노병우’로 불리는 고용노동부, 병무청, 우정사업본부는 평균 경쟁률을 밑돌았다. 떠나는 공무원도 늘고 있다. 임용 3년 차 이하 퇴직자 수가 지난해 8492명까지 급증했다. 2017년 2647명에서 3.2배 늘었다. 공시생의 메카로 불리던 노량진 고시촌은 공실 사태가 속출하고 상권마저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승승장구하던 챔프스터디, 에듀윌 등 주요 입시 업체의 성장세도 대폭 꺾였다.

업무량에 비해 적은 월급과 수직적 조직문화, 획일적 업무체계 등 공직의 단점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선호도를 떨어뜨린 탓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업무량과 민원인 응대가 많은 일을 싫어하는 MZ세대 성향은 선호 부처도 바꿔 놓았다. 부처의 위상과 파워를 중시하던 시절 5급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의 최고 선호 부처는 기획재정부였다. 그런데 최근 기재부 익명 게시판엔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부, 기재부의 앞글자를 딴 ‘중국산고기’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인기 없는 부처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급기야 행시 재경직 수석이 국세청·행정안전부를 선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무원 기피는 2016년 공무원연금 개편안도 한몫했다. 본인기여금은 7%에서 9%로 2%포인트 높아진 데 비해 지급률은 1.9%에서 1.7%로 0.2%포인트 낮아져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됐다. 인사혁신처가 21일부터 3개월간 35회에 걸쳐 전국의 대학·고교에서 ‘찾아가는 공직박람회’를 진행한다. 2011년부터 매년 특정 장소에 고교·대학생을 대규모로 모으던 틀을 13년 만에 바꾼 것이다. 임용 3년 미만 근무자의 합격후기·근무경험 등에 대한 특강도 이뤄진다. 과도한 공무원 쏠림 현상도 문제지만 젊은 인재들의 공직 기피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공직사회도 변해야 한다는 신호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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