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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빼낸 다슬기 알맹이… 건강한 맛에 정성은 ‘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입력 : 2023-08-20 12:00:00 수정 : 2023-08-20 15: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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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황금 고디탕’

된장 베이스 국물에 조개 육수맛 가미
다슬기 특유 흙냄새도 전혀 없어 깔끔
곁들여 먹는 마늘·고추양념 풍미 더해
탕안 가득한 부추도 피곤한 몸 달래줘
바삭하게 튀긴 볼락 튀김도 별미 메뉴
태풍이 지나간 빗자국 넘어 멀지 않은 곳에서 바다내음이 느껴진다. 고디탕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음식은 사실 어린 시절 냇가에서 줄기차게 잡았던 다슬기로 만든 요리다. 거제 ‘황금 고디탕’은 30년 가깝게 동네 주민들과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정감 있는 해장국 집이다.

#거제도 ‘황금 고디탕’

무더운 여름, 거제 출장 일정이 잡혔다. 옥포에 숙소를 잡은 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마지막 날에 조금 숨 돌릴 틈이 생겼다. 시간적 여유는 생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태풍이 거제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딱 내가 여유가 있는 그 시간에 말이다. 그래도 언제 또 내가 거제를 오겠나 싶어 마음을 먹고 아침 태풍을 뚫으며 장승포로 이동했다. ‘황금 고디탕’은 거제 주민이 추천해준 거제도 현지 맛집이다. 우산이 필요 없을 정도의 비바람에 옷이 흠뻑 젖어 피곤한 얼굴로 가게에 들어섰다. 키오스크가 있어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친절한 젊은 사장님의 응대에 비바람에 젖었던 찝찝함이 금세 누그러들었다.

 

선선한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말리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자니 비바람이 잦아들었다. 이내 조용하던 홀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재미있는 건 관광객보다 지역 손님들이 더 많이 오는 것 같은데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계산대 옆 키오스크가 무안해 보였다. 아마 성수기 때를 대비해 미리 갖춰 놓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동네 단골들의 습관은 어쩔 수가 없구나 싶다. 분명 초반엔 손님들에게 키오스크를 사용해 달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주방엔 어머니가, 홀에는 아들이 손님들을 맞이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때때로 어머니가 홀에도 나와 계산도 하고 손님 응대도 한다. 참 그렇게 보기 좋은 광경이 또 있을까 싶다. 대를 이어가는 곳은 정말 보기가 좋다. “힘들어도 해봐야죠” 하는 아들 사장님의 말씀에 진심이 느껴졌다. 막걸리 한잔, 빈 뚝배기 그릇을 보며 오늘 비바람을 뚫고 온 보람이 느껴졌다.

 

황금 고디탕은 1998년 문을 열었다. 그 후 세 번 자리를 옮겼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어느덧 13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2층을 직원 숙소로 사용하며 크게 잘 운영되던 이곳도 지나간 팬데믹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모두가 힘든 그때를 잘 버텨 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엔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지만 평소에도 현지 주민들의 발길이 잦다. 이곳의 고디탕은 집 근처에 있다면 해장한 다음날 생각날 메뉴 중 순위권에 들 맛이다.

고디탕

#황금 고디탕과 생선구이

고디는 경상도에서 다슬기를 뜻한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집 앞 냇가에서 돌멩이를 들어 다슬기를 잡던 기억이 난다. 다슬기를 가득 잡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오순도순 모여 데친 다슬기 살을 빼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는데 이게 매일 반복되면 절대 쉽지 않다. 매일매일 다슬기 알맹이를 빼는 것도 고된 일이기에 이런 오래된 식당의 변하지 않는 그런 정성이 녹아 들어있는 다슬기탕에서 주인네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장문볼락 튀김

다슬기탕의 맛은 참으로 은은하며 부드럽다. 된장 베이스의 국물 속에서 마치 맑고 고급진 조개 육수 맛이 도는데 다슬기 특유의 흙 냄새가 전혀 없다. 곁들어 주는 양념을 푸니 으깬 마늘의 아린맛과 고추의 매운맛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양념 없이 먹는 것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탕안 가득 들은 부추도 피곤해진 내 몸을 달래주는 감초의 역할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이 고디탕에서 어릴적 여름 휴가 때 시골 냇가 평상에 앉아 먹던 어머니의 된장국 맛이 났다. 장문 볼락을 튀긴 생선은 추가 메뉴인데 추가를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 바삭 하게 튀긴 생선껍질과 건조해 감칠맛이 도는 생선살은 해장하러 왔다가 술을 시켜야 할거 같은 맛이다

#다슬기

다슬기는 낮에는 강가 돌멩이 아래 숨어있다가 밤에는 돌멩이 위로 나와 활동을 시작하며 이끼를 먹는다. 그래서 이끼가 없는 너무 맑은 물보단 이끼 좀 끼어있는 물에 다슬기가 많이 서식한다. 다슬기는 경북에서는 고디, 경남에서는 고둥이라고 하며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라고도 한다. 지역별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특히 충청도 괴산은 올갱이국 거리가 있을 정도로 이 다슬기 요리가 유명하다. 산과 계곡이 많은 지역에서 다슬기 요리를 많이 볼 수가 있다. 비교적 맑은 물에 사며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하여 가까운 냇가나 주변 하천에서도 볼 수가 있다. 채취 방법이 어렵지 않아 일반인들도 손쉽게 냇가에서 채집할 수가 있다.

 

다슬기를 넣은 새우감바스

 

■다슬기를 넣은 새우 감바스 만들기

<재료>

다슬기 50g, 새우 5마리, 물 50㎖, 화이트와인 30㎖, 마늘 5톨, 간 마늘 1티스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100㎖, 페페론치노 1티스푼, 소금 약간, 식용유 약간

<만들기>

①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과 새우를 볶아준다. ② 마늘에서 향이 올라오면 다슬기를 넣고 한번 더 볶아준 후 화이트와인을 넣어준다. ③ 와인의 알코올향을 날리고 물을 넣고 5분가량 끓여준다. 페페론치노와 소금을 넣어준다. ④ 물이 자작해지면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뿌려 버무려 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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