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행정법인, 영화 제작 지원금 지원 결정 취소
표현의 자유 vs 공익성…1·2심 법원 판단 엇갈려
한국에서도 드물지 않은 연예인의 범죄는 해당 연예인의 인지도 뿐만 아니라 출연한 작품의 제작, 공개, 흥행 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한다.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과 관련된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적극적인 배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이런 자발적인 선택이야 어쩔 수 없지만 공공기관이 연예인의 범죄를 이유를 관련 작품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어떨까.
일본에서 2019년 시작된 한 재판은 실제 발생한 이런 사례를 두고 표현의 자유와 공익성을 주장하는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출연자가 마약단속법위반으로 유죄를 받자 지원금 취소를 결정한 일본예술문화진흥회(예문진)을 상대로 영화 ‘미야모토가 너에게’ 제작사가 제기한 소송의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에 해당) 변론이 10월에 열린다고 20일 보도했다.
소송은 2019년 7월 영화 출연자 중 한 명이 마약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자 예문진이 앞서 내린 1000만엔(약 9000만원) 지원 결정을 취소한 데서 비롯됐다. 예문진은 예술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일본의 독립행정법인이다.
1, 2심에서 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에서 예문진은 “지원금을 주면 국가가 약물 남용에 대해 관용적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공익성을 앞세워 취소결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도쿄지방재판소은 2021년 6월 “(예문진의 지원금 취소 결정은)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한 처분”이라며 영화 제작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의적인 개념인 공익성을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는 것은 예술단체에 부당한 불이익을 주고, 자유로운 표현활동의 방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 법원 도쿄고등재판소는 지난해 3월 “예문진의 결정은 약물남용 방지라는 공익의 관점에 따른 것”이라며 “예술적 관점에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예술적 가치를 경시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아사히는 “최고재판소가 양쪽의 의견을 듣는 변론을 10월 13일 열기로 결정했다”며 “변론은 2심 판결을 바꾸는 데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부지급 결정에 위법성이 없다고 한 2심 판결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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