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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노버의 ‘폭스바겐 상용차 올드타이머 뮤지엄’은 국내에 ‘마이크로 버스’로 잘 알려진 폭스바겐의 클래식카 T1에 바치는 존경의 집약체 같은 곳이다. 최근 출장차 이곳에 방문했을 때 옛 푸드트럭부터 최신 전동화 콘셉트카까지 대부분 T1과 관련된 모델이 전시돼 있었다. 직원은 고객의 요청을 받아 1∼2년에 걸쳐 복원하는 오래된 T1 모델을 보여주며 “우리의 목표는 차량 유지·보수 수준이 아닌, 원래 상태로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이 이미 단종된 모델에 이렇게까지 정성을 쏟는 것은 이 모델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불리’, ‘콤비’ 등으로도 불리는 T1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1950년대 출시 이후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여행용 차로 떠오르며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종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T1에 바치는 헌정 광고 등 캠페인이 이어졌고, T1을 위한 뮤지엄 설립까지 이르렀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뮤지엄은 벤츠의 역사가 곧 차의 역사라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곳이다. 가장 위층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시를 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내리자마자 마주치는 전시물은 말 조형물이다. 인류 최초의 이동 수단인 말에서 시작해 벤츠의 역사와 세계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독특한 전시 방식이다. 벤츠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며 인류의 이동과 함께해온 기업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진다.

세계적 완성차 기업들은 이처럼 고유의 헤리티지(유산)에 대한 존경을 담아 이를 여러 방식으로 기리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헤리티지가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한국 완성차 기업들에는 왜 이런 게 없을까 못내 아쉬웠던 대목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헤리티지에 집착하지 않았기에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시도에 거침이 없었고, 효율성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마침내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은 이제 추격자 대신 선도자가 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헤리티지 찾기에 나섰고, 1976년 탄생한 한국 1호 고유 자동차 모델 ‘포니’를 상징으로 내세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포니로 시작되는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정주영 선대회장님,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이 선대 회장의 이름을 모두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으로 ‘포니 정’이라 불리며 포니 개발을 이끈 정세영 당시 현대차 사장은 창업주의 아들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를 물려받은 이후 현대차에서 암묵적으로 지워졌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잊혀진 이름을 꺼낸 것은 단절됐던 과거와 담담히 마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어떻게 미래의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된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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