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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숨을 들이마신다. 산소가 코를 타고 폐부에 닿기까지의 아주 짧은 찰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 산소가 없었다면….

때는 바야흐로 35억년 전 이제 막 생명이 태동하던 시기의 대기는 지금의 산소가 풍부한 호기성과는 다른 이산화탄소, 메탄, 황화수소와 수소가 가득한 혐기성 대기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산소가 없는 대기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생물은 없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정확히는 공기 중의 “산소를 싫어한다”라는 의미의 혐기성 세균과 고균이 생존할 수 있었다.

그중 ‘메타노메틸로보란스 우포넨시스’는 2014년 우리나라 창녕 우포 늪에서 발견된 메탄 생성 고균인 메타노젠인데, 산소 없이 이산화탄소와 수소만 있으면 혐기성 대기는 그들에게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대기가 우리에게 맞는 것처럼 35억년 전 대기는 메타노젠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10억년 전 광합성 세균이 등장해 산소를 대기로 뿜어내며 메타노젠들은 지하로 숨어버렸다. 그리고 지하로 숨어들었던 메타노젠의 일부는 5억년 전 소화 기관을 갖춘 생명체의 출현과 함께 흰개미, 공룡 등 반추동물의 위장에 정착하게 된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우포넨시스 같은 메타노젠의 날숨은 온실가스로 불리는 메탄가스이다.

메탄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수한 미래 연료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최악의 온실가스로 여겨진다. 공룡 멸종 가설 중 하나는 메탄에 의한 기온 상승이었으며, 현재는 반추동물에서 나오는 메탄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물질 순환에 기여하면서 균형을 맞춰온 메타노젠에게 메탄 생성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산소 없이 생명을 유지하는 메타노젠이 지금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미움의 대상으로 치부되지만, 언젠가 기후위기를 방지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메타노젠의 주가는 다시 고공행진하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차인태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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