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데스크의눈] 혁신과 영입… 이재명이 복기해야할 것

관련이슈 데스크의 눈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3-06-06 22:57:48 수정 : 2023-06-06 22:57: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래경 혁신위’ 지명 당일 좌초
혁신하려다 되레 리더십 큰 타격
통큰 용인술·대대적 물갈이 전제
통합과 화합 메시지 주력해야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에 임명됐다가 9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낙마 사태로 민주당이 뒤숭숭하다. 책임론으로 이재명 대표 리더십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혁신하려다 되레 위기를 자초한 꼴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혁신과 영입의 정치방정식을 되짚어 볼 시점이다.

총선을 앞둔 정당의 혁신은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한 공천 개혁이 요체다. 이는 ‘고인물’ 대거 물갈이와 참신하고 화끈한 인재 영입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드라마의 시작이 혁신기구나 비상대책위원회 수장 발탁이다. 민주당, 아니 이 대표는 이번 일을 복기할 때 역대 총선 성공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천종 정치부장

민주화 이후 총선을 되돌아보면 국민들은 비교적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선 진영을 가리지 않고 통 크게 인재를 영입하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1996년 15대 총선은 보수와 진보 이념을 가리지 않고 인재 영입이 성공한 사례다.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김영삼(YS)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참패가 우려됐다. 차기 대선주자로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DJ) 총재가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는 제1당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한국당의 승리였다. 새정치국민회의는 강세지역인 서울에서 1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신한국당(27석)에 패했다.

신한국당은 당시 선대위원장으로 ‘대쪽’ 이미지의 이회창 전 국무총리, ‘무균질 정치인’이라던 박찬종씨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자신에게 대들던 이 전 총리까지 발탁한 YS의 용인술이 돋보였다. 여기에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민중당 출신의 운동권 이재오, 김문수까지 발굴하며 인재영입의 스펙트럼을 넓힌 것이 주효했다. 이에 맞서 DJ도 보수정당의 대권주자였던 이종찬씨를 비롯해 노태우정부에서 대북정책을 맡았던 군 출신의 임동원 전 장관과 천용택 전 장관을 합류시켰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진보진영 어젠다인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박사를 영입했고, 4년 후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 김 박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데려와 효과를 봤다.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쓴소리보다는 덕담을 건넬 가능성이 큰 같은 진영의 원로를 선택한 이 대표와 민주당이 꼭 참고할 대목이다.

둘째, 국민들은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을 정도로 정말 고통스러운 물갈이에 박수를 보냈다.

정당의 인재영입이 성공하려면 필연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것이 대대적 물갈이다. 공천 개혁으로 만든 공간을 신예들에게 매끄럽게 넘기는 쪽이 이겼다. 하지만 그 칼을 쥔 이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386세대 16명을 대거 영입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당시 ‘2·18 공천 대학살’의 장본인으로 찍혔다.

이 전 총재는 공천에서 자신의 정치적 은인이던 허주(虛舟) 김윤환 등을 팽하고 핵심 측근도 줄줄이 배제했다. 공천 뚜껑이 열리자 항의하는 이들로 당사는 북새통이었고, 하순봉 사무총장은 낙천자에게 폭행도 당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고뇌”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이 총재는 정치하는 내내 “자기를 위해 헌신한 사람도 내치는 의리가 없는 냉혈한”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국민은 ‘읍참마속’한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에 손을 들어줬다.

거액의 코인 보유 및 투자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김남국 의원에 대해 온정주의적 처신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새겨야 할 장면이다.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인 김 의원은 대선 당시 이 대표의 수행실장을 맡은 원조 측근 ‘7인회’ 멤버다.

셋째, 국민들은 총선에서 분열과 적대보다는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에 공감해 왔다. 쇼로 비치더라도 뺄셈보다는 덧셈 정치를 하는 모습에 갈채를 보냈다. 민주당은 강성 팬덤을 등에 업고 ‘그들만의 혁신’을 빌미로 반대파를 적으로 돌리는 친명(친이재명)계와 ‘개딸(개혁의 딸)’ 팬덤으로 신음하고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낸 알렉산더 대왕의 현명한 결기가 이 대표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천종 정치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