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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흑인 인어공주와 흑인 백악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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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4 23:30:25 수정 : 2023-06-04 23: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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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논란’ 속 흥행 기록
잔피에어 대변인에도 혹평·비난
美 사회 백인우월·인종문제 내포
내년 대선도 인종차별 이슈 될 듯

미국의 현충일 격인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가족과 극장을 찾았다. 까만 피부의 인어공주가 어색했지만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했다. 아이들도 꽤 만족해했다.

인어공주만 낯선 것은 아니었다. 관객 대다수가 흑인인 점도 놀라웠다. 영화가 끝난 극장 로비에는 영화 속 인어공주처럼 흑인 특유의 땋은 머리를 한 여성들과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흑인 소녀들이 인어공주 예고편을 보면서 “She is black(인어공주가 흑인이야)”이라고 외치며 감격스러워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흑인 인어공주 캐스팅을 반대하는 ‘#Notmyariel’(내 에리얼이 아니야)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는 뉴스가 머릿속을 스쳤다.

디즈니의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는 수많은 논란 속에도 역대급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흑인 인어공주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증폭하는 식이다.

흑인 인어공주에 대한 반감은 인종차별 논란을 부르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행위에 저항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운동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논란을 보면서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이 떠올랐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지난해 5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 백악관 대변인이 됐다. 자신이 성 소수자(LGBTQ)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성 소수자로서도 사상 첫 백악관 대변인이다.

아이티 이민자의 딸로 진보적 시민단체에서 일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과거 자신을 “도널드 트럼프가 증오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 흑인 여성이고, 동성애자이며 부모님 두 분 모두 아이티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잔피에어 대변인이 백악관 브리핑룸에 서자 혹평이 쏟아졌다.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초대 대변인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보국장과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베테랑 젠 사키 전 대변인과의 비교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미국의 보수 매체들은 잔피에어 대변인에게 ‘무능’ 프레임을 씌웠다. 외교 안보 분야의 브리핑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도맡아 하면서 잔피에어가 백악관의 외교 안보 현안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민감한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할 때는 어김없이 비난이 쏟아졌다. 잔피에어가 지난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과 총기 난사 사건 등에서 백악관의 신속한 의사 결정에 기여하고, 인권 문제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 등은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 3월 백악관 브리핑룸에서는 소란이 벌어졌다. 투데이뉴스아프리카라는 매체의 백악관 출입기자 사이먼 아티바가 자신이 질문 기회를 받지 못했다며 잔피에어에게 항의하고, 다른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그를 제지하면서 난장판이 됐다.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폭스뉴스의 극우 성향 간판 앵커 터커 칼슨이 나섰다. 최근 대선 조작 주장 등으로 해고된 그 칼슨이다. 칼슨은 아티바와 생중계 인터뷰에서 “가장 멍청한 대변인이 최고의 기자를 짓밟았다”고 했다. 아티바는 “잔피에어는 무능하다. 기본적인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잘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아프리카 출신 기자가 차별받는 백악관 대변인을 맹비난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디즈니는 내년 라틴계(히스패닉) 백설공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흑인 인어공주, 라틴계 백설공주 논란은 단순히 동화 속 공주의 피부색이 하얀색이냐 검은색이냐를 떠나 백악관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 전반에 깔린 인종차별 문제와 PC 논란을 내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24년 대통령 선거 재선 도전을 선언한 뒤 ‘흑인들의 하버드’라 불리는 워싱턴의 하워드대 졸업식을 찾았다. 그는 “우리는 미국 역사가 항상 동화가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면서 “모든 미국인은 평등하다는 이상과 우리를 갈라 놓는 인종차별이라는 가혹한 현실 사이에서 지난 240년간 밀고 당기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도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이 주요 이슈가 될 것 같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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