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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아이 마구 물어뜯은 개 ‘살처분’ 면했다

입력 : 2023-06-01 06:00:00 수정 : 2023-06-01 07: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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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10개월 만에 사고견 선고

법원 “견주, 벌금 500만원·개 몰수”
아동 父 “사과 안 해… 형량 가벼워”
檢 “동물법 따라 안락사 여부 검토”

“강아지를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20㎝ 크기로 찢긴 (아이의) 목과 팔, 다리에 남은 상처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집니다.”

31일 오전 울산지법 4층 405호 법정 앞. 검은색 반팔 차림의 40대 남성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옆의 여성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이들은 8살 A군의 부모다.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충남 논산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사고견 ‘울산이’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A군은 지난해 7월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목줄 없이 어슬렁거리던 개에게 습격을 당했다. 목과 팔, 다리 등을 2분간 물어뜯겨 몸에 상처를 입었고, 피투성이 상태로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사고 후 10개월. 견주의 잘못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고, 사고견에 대한 처분도 확정됐다.

70대 견주 B씨는 피고인석에 섰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한윤옥 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압수품으로 분류된 사고견에 대해선 몰수를 명령했다. 살처분을 의미하는 압수품의 ‘폐기’가 아닌 ‘몰수’ 명령에 따라 사고견의 처분 권한은 검찰의 손으로 다시 넘어갔다.

법정은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육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견의 향후 처리 여부에 대해 적절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견은 일단 ‘살처분’은 면하게 됐다.

선고가 내려지자 A군의 부모는 고개를 저으며 “형이 너무 가볍다. 사람을 죽일 뻔한 개는 살처분 명령이 내려질 거라 생각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법정 밖에서 만난 B씨에게 A군의 아버지는 “어떻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이 없느냐”고 항의했다. B씨와 그의 딸은 “보험으로 처리하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지난 2022년 7월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한 개가 8세 남아를 공격하는 가운데 근처에 있던 택배기사가 아이를 구하는 모습. 폐쇄회로(CC)TV 캡처

당시 사고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으로 공개됐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군이 사고견을 피해 도망치는 모습이 담겼다. 현장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사고견을 아이에게서 떼어내 구출했다. 사고견은 당시 119구조대가 포획했다. 경찰은 사고견을 폐기 처분(살처분)하도록 해 달라고 검찰에 지휘를 요청했다. 검찰은 ‘보완사항에 대한 수사와 검토를 진행한 뒤 압수물 폐기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할 때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다시 지휘받기를 바란다’며 보완 수사 지휘를 했다.

검찰은 압수품인 개가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고 해도,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이 아닌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른 안락사 가능 여부 확인을 경찰에 전달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락사하려면 사고견 위험성을 진단하고 안락사를 실행할 수의사가 필요한데, 이를 맡겠다고 나서는 수의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고견은 포획 직후 유기견보호센터에 있다가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위탁됐다. 현재 충남 논산에 있는 단체 보호소에 수용된 채 살처분 보류 상태로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렸다. 사고견은 진돗개의 유사견, 즉 믹스견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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