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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덮친 괌, 韓 관광객 3200명 고립… 정전·단수 속 비상약 못 구해 ‘생지옥’ [뉴스 투데이]

입력 : 2023-05-26 18:30:00 수정 : 2023-05-26 22: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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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폐쇄… 호텔 로비서 ‘날밤’
고령층, 당뇨약 등 떨어져 ‘긴박’
응급실 약값 한국의 10배 수준

통신망 열악해 연락 어려움 커
당국 “긴급상황 카톡 이용하라”
괌 당국 “30일 공항 재개 목표”

4등급 태풍 ‘마와르’가 휩쓸고 간 태평양의 휴양지 괌에서 전력과 물 공급이 끊기고 공항이 폐쇄돼 26일(현지시간) 한국인 관광객 3000여명 이상이 고립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괌 당국은 기반 시설 등에 대한 복구 작업에 들어갔으나 공항은 일러도 오는 30일에야 재개될 전망이라고 밝혀 관광객들은 최소 3일 이상 발이 묶여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외교부 괌 주재 공관인 주하갓냐 출장소에 따르면 지난 24∼25일 괌을 강타한 마와르의 영향으로 현지를 오가는 비행기가 모두 결항해 귀국하지 못한 한국인 관광객이 3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강력 태풍 마와르가 강타한 괌의 한 호텔 연회실에 25일(현지시간) 숙박 연장을 거부당하거나 묵을 숙소를 찾지 못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26일 외교부 추산에 따르면 현지 공항 폐쇄로 귀국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우리 관광객이 3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현지 상황은 ‘생지옥’이다. 이들은 대부분 호텔과 리조트 등에 머무르고 있으나 숙소 대다수에서 정전과 단수가 이어져 체감온도가 33도에 달하고 습도 82%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없이 찜통더위를 고스란히 견디고 있다. 숙소를 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전날 숙박 연장을 거절당한 한국인 관광객들은 호텔 연회실에 모여 날밤을 새워야 했다.

 

식수와 음식을 구하는 것도 전쟁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유명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유모(40)씨는 세계일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근처 마트가 열면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줄 서는 행위)’ 전쟁이 시작된다”며 “햇반과 컵라면이 쌓이는 족족 눈앞에서 없어진다”고 전했다.

 

당뇨·고혈압 등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약을 구하지 못하는 위급상황에 처했다. 어머니와 함께 가는 마지막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괌을 찾은 송수연(51)씨는 “어머니가 1945년생이신데, 혈압·당뇨·관절염약을 모두 드셔야 한다”며 “30일까지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씨 역시 “내 남편도 당뇨를 앓고 있어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먹어야 하는 약을 우선 아침만 먹고 있다”며 “공항이 정상화하면 지병이 있는 분들부터 먼저 귀국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도로마다 태풍으로 나무들이 다 쓰러져 있어 운전 자체가 힘들고, 병원 응급실에서 처방전을 받고 약을 탈 경우 비용은 한국의 10배가량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공관 역시 통신망 피해를 입어 이날 ‘원활한 민원 접수가 어려우니 긴급상황은 카카오톡으로 연락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관광객들에게 전송했다.

 

괌이 주로 가족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탓에 아이들을 위한 분유와 기저귀, 해열제 등을 찾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괌 당국은 폐쇄된 현지 공항을 오는 30일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이라는 입장을 한국 공관 측에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태풍으로) 침수된 이후 활주로 작업 때문에 재개가 늦는데 최대한 빨리 공항 재개를 위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청장이 김인국 출장소장과 전날 가진 개별 면담에서 30일 재개를 목표로 작업 중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초 알려진 6월1일보다 빨리 공항 재개를 목표하고 있다는 취지다.

태평양 휴양지 괌을 강타한 '슈퍼 태풍' 마와르 영향으로 25일(현지시간) 투몬만에 설치된 조형물이 날아가 있다. AFP연합뉴스

외교부는 현지에 발이 묶인 우리 국민 지원방안을 협의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신사와 협의해 관광객들의 로밍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 공지를 하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며 “관광객 가운데 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안내 중이며, 괌 관광청과 협조하에 병원·교통비를 제공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교민단체 협조하에 임시대피소 마련도 협의 중이다. 김 출장소장과 영사 등 출장소 직원들이 호텔을 돌며 비상의약품도 전달하고 있다.

 

주요 여행사들도 숙박비 보상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모두투어는 괌에 체류 중인 여행객 240명에 객실당 1박 최대 90만원까지 보상한다. 인터파크는 패키지 고객 70여명에 호텔 숙박 비용 전액을 지급하며, 현지 가이드를 통해 생수, 컵라면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교원투어 여행이지, 하나투어, 노랑풍선 등도 객실당 1박 10만원의 숙박지원금을 지원한다.

 

말레이시아어로 ‘장미’를 뜻하는 마와르는 지난 20일 괌 남동쪽 약 89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해 24일 밤 괌 북쪽에 상륙했다. 시속 240㎞가 넘는 강풍에 주정차된 트럭과 대형차들이 뒤집히고 지붕에 설치된 양철판이 뜯어져 바람에 마구 날리는 등 상당한 인명피해가 우려됐으나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풍 등급 중 두 번째로 강력한 4등급 태풍이 괌에 상륙한 것은 2002년 ‘퐁사나’ 이후 20년 만이다.


이지안·김예진·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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