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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매달고 총 쏴… 南영상물 본 청소년 6명 사형 집행” ['北인권보고서' 7년 만에 첫 공개]

입력 : 2023-03-31 06:00:00 수정 : 2023-03-31 08: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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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508명 증언 보니

분만유도제 사용해 영아살해 자행
김일성 초상화 손가락으로 가리킨
임신 6개월 여성도 공개처형 당해

코로나 이후 南문화 유포 감시 강화
특별 전담반이 영장 없이 수시 단속
검증 방법 사실상 없어 한계 지적도

“총살 당일 남녀 수감자 모두를 교화소 마당에 모이게 했는데, 나가 보니 사람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총을 3발 쏘았습니다. 시체를 땅에 내려놓고 교화생들에게 돌을 던지라고 했습니다.”(2016, 2017년 연이어 도주 중 검거된 수형자 처형 목격 증언)

 

30일 언론에 사전 공개된 정부의 첫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직접 경험 사례, 목격 사례, 전언 등 약 1600건의 충격적 인권 침해 증언이 담겼다.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사회는 시민적·정치적 권리부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까지 전 분야의 인권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북한 역시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및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에 가입했으면서도 실상은 규약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리고 있다.   최상수 기자

◆생명 위협 실태

 

보고서는 “공개 처형을 목격했다는 증언은 2020년까지 매년 수집됐는데, 이는 처형을 당하는 사람과 이를 목격하는 사람 모두에게 비인도적인 처우”라고 지적했다.

 

영아 살해가 자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2014년에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이 임신 8개월 상태로 구금됐는데 중국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분만유도제를 통해 출산하게 한 후, 아기를 살해했다고 한다”고 적혔다.

 

생체 실험 내용도 나온다. 보고서는 “생체 실험은 주로 83호 병원 또는 83호 교화소라 불리는 곳에서 이뤄졌다. 2019년에 함경북도에 있는 병원에 수용돼 있던 환자가 김정은에 대해 욕을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병원 측에 의해 83호로 이송됐다는 증언도 수집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마약 거래,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종교·미신 행위 등 (북한이 가입한) 자유권 규약상 사형이 부과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들이 수집됐다”고 지적했다.

 

2015년 원산시에서 16∼17세 청소년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2017년에는 집에서 춤추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이 여성은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킨 동작이 문제가 돼 공개 처형됐다고 한다.

◆한국 문화 유포 감시

 

보고서에 한국 문화에 대한 단속이 최근 심각해졌다는 증언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한국 문화는 디지털 저장 매체, 컴퓨터 사용 등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젊은 층이 주로 확산시켰고, 적발 시 미국, 중국, 인도 등 다른 외국 문화 유포 때보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뇌물도 더 비싸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한국 문화 유포를 단속하는 특별 전담반이 있어 영장 없이 수시 감시·단속하며 이들은 ‘109 상무’, ‘109연합지휘부’ 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직접 인용된 증언 가운데는 “2018년경부터 ‘괴뢰 영화’를 시청하다 단속되면 엄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이 (하달되는 공지에) 들어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등교, 외부 모임 같은 것을 모두 금지하고 있으니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또 다른 직접 인용 증언으로 “2018년 양강도 집에서 USB를 꽂고 조선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109상무가 집에 와서 단속을 했습니다. 2일 정도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는 매일 2회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뇌물을 줘서 교양처리로 나왔습니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이번 보고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국내외 시민단체와 연구소 등이 이미 내놓은 북한인권백서와 유사하다. 증언 수록집으로서, 실제 당사자의 경험과 목격 사례 외에 풍문도 섞여 있다. 이를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는 대목이다. 정부 공식 보고서로서의 신빙성을 보장할 대책과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직접 경험과 목격, 전언, 풍문 사례에 대한 서술어를 철저히 구분해, 읽는 사람이 구분해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성폭력 관련 서술이 적나라한 점도 향후 교육현장 활용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당국자는 “양강도와 함경도 등 지역이 편중된 점,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인해 2020년 이후 사례는 7.5%에 불과한 점, 기억에 따른 오류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부 특징적 사례는 2017년 이전 사례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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