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술·담배 안 하던 건강한 20대 아들, 주 60시간 안 됐지만 일하다 죽어” 유족 ‘울분’

입력 : 2023-03-29 07:30:00 수정 : 2023-05-09 11:48: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유가족·전문가 기자 간담회서 유족 “정부 홍보처럼 몰아서 일하고 쉬는 것 지금 같은 근로 호나경서 가능하겠나. 간으해도 일하는 이 건강에 좋을지 의문” 비판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사한 장덕준씨의 어머니인 박미숙씨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근로시간 개편안' 유가족·전문가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로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로 숨진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유가족·전문가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허용하는 정부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씨는 “술·담배 할 줄 모르는 건강한 습관에 태권도 공인 4단인 20대 청년도 1년4개월간 야간 근무를 하면 죽을 수 있다”며 “주 60시간이 채 안 됐지만 아들은 일하다 죽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아들이 자기 목숨을 버려서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주는데 왜 아무도 규제하려 들지 않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2020년 10월 당시 27세였던 장씨는 쿠팡의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그는 숨지기 전 3개월 동안 매주 평균 58시간38분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지기 전 1주 동안은 62시간10분, 2~12주 전에는 주당 평균 58시간18분 일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듬해 2월 장씨에 대해 업무시간 과다, 야간근무, 중량물 취급 등 과로에 시달렸다며 산업재해 판정을 내렸다.

 

과로로 여동생을 잃은 장향미씨도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고 장민순씨는 인터넷 강의업체인 에스티유니타스에서 과로에 시달리다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향미씨는 “(동생이) 2015년과 2016년에 체결한 근로 계약서를 보면 월 연장근로 69시간과 야간 근로 29시간을 미리 약정한 포괄임금으로 산정했다”며 “정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몰아서 쉬는 것이 지금 같은 근로 환경에서 가능한지, 가능해도 일하는 이의 건강에 좋을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쿠팡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28일 오전 서울 쿠팡 잠실 본사 앞에서 고 장덕준씨 유가족과 쿠팡의 소송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배상,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김형렬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하려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장시간 노동을 동반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주당 상한) 52시간이라는 불규칙함을 늘리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더해 12시간까지 상한제를 둔 근로시간으로도 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노동자 건강권과 휴식권 등에 대한 별다른 보호 장치 없이 근로시간 상한선만 확대하는 것은 사업자의 선택만 보장하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박씨는 발언 말미에 “이제 젊은 친구들에게 열심히 일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 정부를 향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바라나. 자기 자식의 일이라면 이럴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한편 박씨는 이날 쿠팡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박씨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 사망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확인하고 배상을 청구하고자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상대로 동부지법에 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쿠팡은 노동자가 야간 교대 작업 등을 할 때 건강장해 예방 조치를 할 의무가 있으나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고인의 과로사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측은 이날 “쿠팡은 물류업계를 비롯한 국내 사업장에서 가장 안전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곳 중 하나”라며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유가족의 협상권을 위임받은 민주노총이 정치적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사실을 왜곡해왔다.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허위주장을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