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7세기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는 옛날 자료를 찾아보다 71년 주기로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지구 주변을 도는 혜성을 발견했다. 그는 1456년, 1531년, 1607년,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의 궤도가 거의 일치하자 이 혜성이 1758~1759년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핼리는 1742년 사망했지만 그의 예언대로 이 혜성이 출현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슷한 시기 조선 시대 관상감의 천문관 25명이 25일간 이 핼리혜성의 모습을 관측해 그 자료를 ‘성변측후단자(星變測候單子)’에 남겼다. 이 책에는 “혜성이 이유(離瑜·남쪽 물고기) 별자리 위에 있었는데 북극에서의 각거리가 116도였다”, “꼬리가 1척 5촌을 넘었다”와 같이 혜성의 이동 경로와 위치 및 크기, 색깔 등의 변화가 글과 그림으로 묘사돼 있다. 핼리의 생전 예측대로 지구 주변에 출현한 혜성을 기록한 건 세계에서 유일하다.

성변측후단자에는 케플러 초신성 기록도 남아있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1604년 10월 17일 인간이 육안으로 목격한 마지막 초신성을 발견했다. 초신성이란 별이 폭발할 때 방출되는 빛 때문에 엄청나게 밝아지는 현상인데 우주의 진화를 알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 천문관들은 그보다 나흘 전 별의 사멸과 함께 펼쳐지는 우주쇼를 관측했다. 이들은 “1경(오후 7∼9시)에 객성(客星·손님별)이 미수(尾宿·전갈자리) 10도의 위치에 있었다. 형체는 목성보다 작고 색깔은 황적색이었다”고 적었다.

이처럼 고려·조선 시대 천문관들은 천문·우주를 향한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했다. 특히 세종대왕 시절 탄생한 일성정시의(천문시계), 앙부일구(해시계), 칠정산(역법) 등 독창적 과학기기와 역법체계는 당대 서양 천문학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아쉽게도 전통 천문학은 일제강점기 때 관상감이 사라지면서 명맥이 끊겼다고 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연세대와 한국천문학회 등과 함께 성변측후단자를 2025년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리 민족에 잠자고 있는 천문학 유전자를 깨워 21세기 우주과학기술 축적과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바란다.


주춘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