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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사인, 약 200년 만에 밝혀져…"납중독 아닌 유전적 간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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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3 10:19:08 수정 : 2023-03-29 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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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동연구팀, 베토벤 머리카락 속 DNA 분석으로 밝혀내

질병과 싸우며 위대한 걸작 음악을 만들어온 드라마틱한 일생의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가 과학 발전을 통해 풀렸다. 영국과 독일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1827년 사망한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머리카락 속 DNA 분석을 통해 사인과 가족 역사에 관한 비밀을 밝혀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스탄 베그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요하네스 클라우스 박사 등 국제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는 이날 발간된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연구팀은 베토벤 사후 당시 15세이던 음악가 베르디난트 힐러가 시신에서 직접 잘랐다고 알려진 ‘힐러 타래(Hiller Lock)’를 포함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그의 머리카락 8타래를 분석해 이중 5타래를 베토벤의 것으로 확인했다. 이후 이 머리카락들을 분석해 그에게 간질환 위험 유전인자가 있었고 지속적인 음주와 B형 간염으로 인해 간질환이 악화해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까지 베토벤이 납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가설이 폭넓게 받아들여져왔다. 그의 머리카락 분석에서 정상인의 100배 넘는 납이 검출됐기 때문. 청력상실도 납중독에 의한 것으로 주치의의 잘못된 치료등이 원인으로 제기됐다. 그는 20대 중후반부터 진행성 난청을 앓다가 1818년 청력을 완전히 잃었고, 만성 위장병과 간질환 등을 앓다 1827년 사망했다.

 

베토벤 납중독설의 기반이 됐으나 새로운 연구에 의해 여성의 머리카락임이 드러난 ‘힐러 타래’. William Meredith 촬영. Ira F. Brilliant Center for Beethoven Studies, San Jose State University 제공

그러나 정작 납중독설의 근거가 됐던 ‘힐러 타래’는 베토벤이 아닌 유대계 여성의 것으로 드러났다. 베그 교수는 “힐러 타래가 베토벤이 아니라 여성 머리카락이라는 게 밝혀졌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한 이전 분석 결과들은 어느 것도 베토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납, 아편, 수은 등에 대한 시험은 진짜라고 밝혀진 머리카락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기존 가설을 반박했다.

 

대신 이번 분석에서 유전적 요인에 의한 간질환이 결정적 사인으로 제기됐다. 연구팀은 게놈 분석에서 청각장애와 위장질환의 결정적 원인은 찾지 못했으나 그가 많은 간질환 위험 유전요소를 가지고 있었고 죽음으로 이어진 마지막 병을 앓기 수개월 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많은 음주도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베그 교수는 “베토벤이 마지막 10년간 사용한 대화 기록집을 보면 이 기간 술을 매우 규칙적으로 마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음주량을 알기는 어렵지만 간에 해로운 정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오래 술을 과하게 마셨다면 간질환 위험 유전요인과의 상호작용과 B형 간염 등으로 간경변에 걸렸을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결과로 인해 베토벤의 청력 상실 원인은 다시 미스터리가 됐다. 연구팀은 베토벤의 모발에서 청력 상실을 일으킬 만한 유전적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다양한 유전적 기여도를 가진 질병 등 몇 가지 잠재적 원인이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공동연구자인 본대학병원 인간 유전학연구소 악셀 슈미트 박사는 청력 손실에 대한 명확한 유전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개인 유전체 해석에 필수적인 참조 데이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만큼 향후 베토벤의 게놈에서 청력 손실의 원인이 될만한 단서가 발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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