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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두꺼비가 경고하는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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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2 23:02:57 수정 : 2023-03-22 23: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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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지 찾다 로드킬… 개체수 ‘뚝’
암수 비율도 ‘1대10’ 두배 늘어
산란장 온도가 새끼 성별 좌우
이상기온發 성비 불균형 심각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모래 더미 안에 손을 넣고 손등의 모래를 다른 손으로 다지면서 부르던 노래다. 손을 빼낸 다음에 누구 집이 더 큰지 친구들과 겨루면서 놀았다. 그 어린 시절에도 살짝 미안하기는 했다. “아니 헌 집 주면서 새집을 달라는 게 말이 돼?”라는 일말의 양심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어릴 적 두꺼비를 본 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두꺼비를 개울가에서 찾았기 때문. 두꺼비는 번식기가 아니면 물에 잘 들어가지 않고 땅 위에 사는 양서류다. 뱃가죽으로 땅의 수분을 흡수하는 재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두꺼비는 땅 위에 살아도 알은 물에 낳아야 한다. 두꺼비 올챙이도 개구리 올챙이처럼 허파 대신 아가미로 호흡하고 따라서 당연히 물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두꺼비는 오로지 새끼를 낳기 위해 습지로 내려와야 한다. 두꺼비는 개구리와 달리 폴짝폴짝 뛰지 못한다. 엉금엉금 기어 다닌다.

땅 위에 살고 느릿느릿 다니는 게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두꺼비는 대략 2억5000만년 전에 등장했다. 같은 조상에서 두꺼비, 개구리, 도롱뇽 같은 것들이 나왔다. 이때 두꺼비는 땅을 선택했다. 느리게 다녀도 괜찮았다. 독이 있는 곤충을 먹고 그 독을 몸 안에 저장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이 잡아먹지 못한다. 다만 독사인 유혈목이만 두꺼비를 잡아먹고 그 독을 다른 동물을 잡을 때 사용할 뿐이다.

심지어 사람들도 개구리는 먹어도 두꺼비는 먹지 않았다. 먹으면 배 아프니까, 잘못하면 죽으니까. 사람은 괜찮은데 자동차가 문제다. 알을 낳으러 느릿느릿 움직이는 두꺼비를 자동차는 봐주지 않는다. 로드킬을 당한다. 알려진 서식지로 가는 도로에 두꺼비 이동 통로를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믿기 어렵겠지만 두꺼비는 멸종위기동물이 아니다. 2019년부터 환경부는 양서류 가운데 꼬리치레도롱뇽, 도롱뇽, 두꺼비, 물두꺼비, 북방산개구리, 아무르산개구리 6종을 멸종위기종이 아닌 ‘멸종위기 야생동물 해제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전에는 멸종위기였지만 이젠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무작정 해제한 것은 아니다. 서식지가 늘어났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두꺼비 서식지가 늘어나고 개체 수가 늘어났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서식지 숫자가 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서식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두꺼비 서식지가 늘어난 게 아니라 우리가 알게 된 서식지가 늘었을 뿐이다.

두꺼비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환경 단체는 매년 산란철이 되면 서식지로 위험하게 이동하는 두꺼비를 포획해서 안전하게 산란장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 같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2021년에는 1832마리를 도와줬는데 그 수가 2022년에는 1291마리로 줄고 올해는 540마리로 급감했다.

더 심각한 문제도 관찰되었다. 평소에 1대 5 정도였던 암수 비율이 1대 10으로 두 배가 되었다. 수컷이 훨씬 늘어난 것이다. 암컷이 모자라니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러 마리의 수컷들이 암컷에게 달려들어 암컷이 수컷 무게에 짓눌려 산란하다가 죽는 일도 생긴다. 수컷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암컷이 산란을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왜 갑자기 수컷이 늘었을까? 모른다. 하지만 다른 생물의 경우를 보고 미루어 가설을 세울 수는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파충류의 경우 산란장의 온도가 새끼의 성별을 좌우한다. 악어류는 둥지 온도가 32.5도에서 33.5도 사이일 때 수컷이 태어나지만 온도가 그보다 높거나 낮으면 암컷이 태어난다. 거북이도 온도에 따라 새끼 성별이 달라진다. 두꺼비 성비의 변화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예전엔 3월에 시작하던 봄이 요즘엔 2월에 시작하고 6월에 시작하던 여름은 5월에 시작한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생태계가 채 적응하지 못한다. 두꺼비들이 우리에게 기후변화를 어떡할 것이냐고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뭐라도 해야 한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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