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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대전, 문화유산 훼손 ‘반달리즘’ 몸살… 평화의 소녀상 잇단 수난

입력 : 2023-03-22 01:00:00 수정 : 2023-03-22 09: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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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얼굴에 긁힌 자국… 내리친 흔적
세종선 모자 등 찢겨… 시민단체 “수사의뢰”
수년 전엔 대전 ‘골령골 비석’ 파이기도

6·25전쟁 후 대전에서 집단적 민간학살이 일어난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 이곳이 집단학살지라는 것을 알리는 대리석 비석은 몇 해 전 큰 훼손을 입었다. 멀쩡했던 대리석 비석은 하루아침에 파인 흔적으로 뒤덮였다. 누군가가 일부러 뾰족한 도구로 쳐낸 것이다. 민간희생자 유족들이 십시일반 모아 쪼인 곳을 갈았지만 아직도 비석엔 총탄 흔적처럼 곳곳에 상처가 남았다. 충남 홍성에 있는 평화의소녀상은 최근 날카로운 것으로 긁힌 자국이 무늬처럼 새겨졌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무언가로 내리친 상흔이다.

 

대전·충청지역 곳곳이 지속되는 반달리즘(문화유산·공공시설 고의적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지역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골령골 비석과 평화의소녀상 등 지역 문화유산과 시설물 등에 대한 고의적 훼손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훼손된 골령골 안내 비석. 누군가 일부러 뾰족한 도구로 쳐낸 흔적이 수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있다. 독자 김선재씨 제공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 집단 1학살지에 있는 안내비석은 대전형무소·산내학살진상규명위원회가 6·25전쟁 발발 50주년인 2000년 7월에 세웠다. 골령골은 1950년 7월 초, 대전형무소에 수감돼있던 제주 4·3 및 여순사건 관련자 등 정치범과 대전충남지역 인근 민간인들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끌려와 집단 처형돼 묻힌 비극의 현장이다. 골령골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대리석 비석은 긁히고 쪼인 자국으로 가득찼다.

 

최근 지역 평화의소녀상은 수난을 겪고 있다. 홍성군 평화의소녀상(사진)은 얼마 전 전체가 심각한 파손을 입었다. 머리는 둔탁한 무언가로 내리친 것처럼 수십 군데가 파였고, 예리한 도구로 긁은 자국이 얼굴 전체를 덮었다. 두 눈 아래는 눈물 자국처럼 세로로 긁혀졌다. 손에는 검은 무엇인가가, 발등은 마치 칼에 베인 상처처럼 긁은 자국이 남았다.

예리한 도구로 긁은 자국이 얼굴 전체를 덮은 충남 홍성군 평화의소녀상. 독자 김선재씨 제공

앞서 3·1절에는 세종시 평화의소녀상에 씌워진 털모자와 망토 등이 찢긴 채 발견됐다. 털모자 2곳과 망토 3∼5곳이 5~10㎝ 날카로운 흉기에 잘리거나 찢긴 걸 확인한 시민단체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전 시민 김선재(38)씨는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며 “무엇인가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그것이 싫어서 벌인 짓이라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소녀상 설치 장소 인근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 만큼 시민연대 측은 고의성 여부 등이 확인 가능할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동안 조국의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선조들의 의기(意氣)가 훼손된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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