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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금메달 따고 싶어요”…18세 낯선 이방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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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8 13:40:11 수정 : 2023-03-08 14:56:33
김해=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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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국인으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

 

지난 7일 경남 김해시 공설운동장 복싱체육관에서 만난 옘 아나톨리(18)는 복싱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연신 두들기며 맹훈련을 하고 있었다.

 

옘 아나톨리가 샌드백을 치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강승우 기자

쉬지 않고 훈련을 하는 바람에 옘 아나톨리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8일 김해시에 따르면 그는 지금 김해건설공고에 재학 중이면서 주중에 이어 주말에도 복싱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고향은 우크라이나다.

 

그는 2019년 유럽 주니어 국제대회 은메달, 2019·2020년 우크라이나 주니어 선수권대회 우승, 2021년 우크라이나 주니어 선수권대회 은메달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복싱 유망주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고향에서 샌드백을 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복서가 되겠다’는 꿈을 접어야했다.

 

전쟁을 피해 전쟁 발발 다음 달 동생을 데리고 부모가 있는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옘 아나톨리(뒷줄 오른쪽) 가족 사진. 본인 제공

그의 아빠는 2020년에, 엄마는 2021년에 우리나라에 취업비자로 입국, 지금 김해시 진영읍에 살고 있다.

 

옘 아나톨리는 김해복싱체육관과 인연이 닿으면서 고향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제는 한국에서 이루려고 한다.

 

지난해 6월부터 김해시복싱협회 지원을 받아 김해시체육회 복싱단과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복싱의 미래’로 불리며 세계 최초로 11체급을 석권, 전무후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서민제 선수도 이곳에서 훈련 중이다.

 

서 선수의 아버지 서동신 김해복싱협회 부회장과 코치도 “아나톨리는 또래에 비해 실력이 출중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옘 아나톨리는 고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어머니 사이의 ‘아직은’ 우크라이나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국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대회에는 출전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 복싱 단체 소속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경남복싱협회, 김해시복싱협회,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등 관계기관과 단체가 나서 옘 아나톨리의 ‘특별귀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홍태용 김해시장(왼쪽)과 기념촬영하는 옘 아나톨리. 김해시 제공

특별귀화는 부모 중 한명이 대한민국 국민이거나 우리나라에 특별공로가 있는 사람,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이 있어 대한민국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이 대상이다.

 

일반귀화에 비해 절차가 간소하고 짧은 기간에 귀화가 가능하다.

 

그의 부모도 아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지길 빌며 특별귀화를 바라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 김해시도 지난달 23일 스포츠 분야 ‘우수 인재’로 그의 특별귀화 추천서를 발급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학업을 병행하며 본인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다”며 “빨리 한국 국적을 취득해 세계적인 복싱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아직 한국어가 서툴지만 옘 아나톨리는 “한국인으로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복싱은 제 삶의 일부”라며 “복싱을 시작하면서 꿈이 생겼고, 한국 와서 그 꿈과 가까워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를 후원하는 기관과 단체들은 조만간 법무부에 특별귀화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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