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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탈당은 한국 정치의 불행한 전통 중 하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역대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재임 중 혹은 퇴임 이후 소속 정당을 떠났다. 여당은 인기 없는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싶어 했으며, 대통령 역시 자신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는 정당에서 버티지 못하며 ‘탈당 잔혹사’가 계속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10월 민주자유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갈등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YS 역시 대선 한 달 전인 1997년 11월 신한국당을 떠났다. 검찰이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후보의 비자금 수사를 유보하자 신한국당 이회창 대선 후보가 YS의 탈당을 요구한 게 결정타가 됐다. DJ도 임기 말 최규선 게이트와 세 아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2002년 5월 새천년민주당의 당적을 정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차례나 탈당했다. 2003년 9월 열린우리당 창당 때 민주당을 떠났지만, 2007년 2월 임기 말 국정 지지도가 급락하자 열린우리당마저 탈당했다. 탈당 없이 임기를 마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 심화하면서 옛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자 함께 당을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제명을 결정한 데 따라 강제 출당 형식으로 탈당했다.

당대표 경선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여권 내에서 느닷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 문제가 거론됐다.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으로 윤 대통령과도 가깝다는 신평 변호사가 “안철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아주 무책임하고 경솔한 발언이다. 파문이 확산하자 신 변호사는 후원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직 대통령 탈당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인 정당정치, 책임정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설사 껄끄러운 인물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대통령은 원만하게 사이를 조정하고 협의해 나가야 한다. 그게 정치력일 것이다. 과거 현직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국가적 손실이 너무 컸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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