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각국서 온 구호품 쌓여
연료도 부족해 장비 운용 난항
WHO 사무총장 “시간과의 싸움”
“제 지인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밑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메신저로 연결된 튀르키예 교민 박희정씨는 8일 지진 피해 현장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박씨에 따르면 현지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 많은 사람이 외출복을 입은 채로 선잠을 자거나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고층에 사는 이들은 건물 붕괴를 우려해 저층 지대에 모여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활동했던 하타이주 안타키아 시내 중심에 있는 안디옥 교회도 이번 강진으로 붕괴했다. 그는 “제가 피신해 있는 튀르키예 동남부의 메르신 지역은 구조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 작업이 차질을 빚는 이유는 피해 규모가 워낙 광범위할 뿐 아니라, 구조대원들이 피해 지역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은 5775채에 달한다. 부상자도 4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70개국이 구조 인력 파견에 나섰으나, 강진으로 도로 곳곳이 파괴돼 구조 장비와 인력 수송도 지연되고 있다. 연료 부족으로 장비 운용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구호물자는 공항에 쌓여가고 있다. 피해 지역과 가까운 튀르키예 남동부의 아다나 공항은 화물 수송이 “완전히 정체된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문제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지진 등의 자연재해 발생 이후 72시간까지를 전문가들은 생존자들이 살아 있을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설정한다. 강진은 지난 6일 오전 4시17분쯤 발생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이날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시간, 매분 생존자를 찾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튀르키예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 정부가 1999년 1만7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북부 대지진 이후 지진 예방과 피해 대응을 목적으로 부과한 이른바 ‘지진세’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총 880억리라(약 5조9000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형과 조카들이 여전히 지진 잔해에 묻혀 있는 피해 지역의 한 주민은 “우리의 세금이 모두 어디로 간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