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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윤석열의 뚝심과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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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5 22:54:21 수정 : 2023-02-05 22: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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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 관계 개선 의지에 日 냉담
최근 “소통 지속”… 태도 바뀌어
강제동원 막바지 협상 초미 관심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이어지길

‘대통령의 뚝심이라고 해야 하나.’

최근 한·일 관계를 보면서 가끔 떠올리는 생각이다.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관계에 빠져 있던 양국의 정부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며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의 해결을 위한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인 건 관계 개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빼놓고는 설명이 어려워 보여서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4월 일본에 정책협의단을 파견하며 관계 정상화 의지를 일찌감치 표현했다. 두 달 뒤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처음 대면한 뒤 “공동 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첫 양자회담을 가졌을 때는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행사장을 찾아가는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를 잘 드러낸 표현이 기시다 총리는 물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한·일 관계에 대한 ‘일관된 입장’이다. 양국 간의 현안, 특히 강제동원 피해 배상과 관련해 일본은 양보할 게 없으니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의미다. 기시다 총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에 묵묵부답이었던 것이나, 한국 정부가 ‘약식회담’이라고 한 뉴욕에서의 만남을 ‘간담’(懇談)이라고 규정해 어떻게든 의미를 축소하려 했던 행태 등은 모멸감마저 느끼게 했다. 일본 언론은 지지율이 낮은 윤 대통령이 여론에 휘둘려 실제로 관계 개선을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는 등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최근 일본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느끼는 건 기시다 총리의 말을 통해서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미국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메시지가 13, 14일(현지시간) 이틀 연속으로 나왔다는 점은 단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관계 회복에 대한 실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 언론도 최근엔 “관계 개선에 진력하는 윤 대통령”, “일본도 (한국 정부에) 협력해가면서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등 사뭇 달라진 평가, 주문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 대(對)일 관계가 가지는 의미, 특히 강제동원 피해와 같은 역사 문제가 얽힐 경우의 민감성을 생각하면 윤 대통령이 보여온 관계 개선 메시지와 외교적 노력은 쉽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에는 귀를 막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일관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래 보인다. 일본 정부, 언론의 태도 변화는 이런 부분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뚝심은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는 지금의 국면을 이끌었다.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이는 협상의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관계 정상화의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우리 정부가 줄곧 요구해 온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다. 일본 정부는 배상금을 대신 지불하는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일본 기업이 기부하는 걸 용인하고 예전 담화의 계승을 표명하는 것으로 사과, 반성을 대신하는 것을 구상 중인 모양이다. 배상 판결의 피고인 전범 기업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과와 반성은 이제껏 할 만큼 했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의지에 우리 정부는 제대로 호응할 수 있을까. 협상의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서로가 만족하고,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최대치로 이끌어내야 하는 건 분명하다. 일본 정부가 구상 중인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호응 조치는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윤 대통령의 뚝심이 관계 개선이라는 당위에만 집착한 것이란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양국 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로 이어지는 실질적 결과를 낳길 기대한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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