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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막장드라마는 폭력·불륜·막말은 기본이고 황당무계한 스토리 전개가 다반사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끄는 마력 때문에 방송사들은 쉽사리 막장드라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도 자매의 삐뚤어진 욕망을 표출하는 막장드라마가 인기몰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다뤘다고는 하나 불륜을 저지르며 ‘우리의 죄는 아름답다’고 포장한다. 사회 인식에 반하는 억지가 보통이 아니다. 세계가 K콘텐츠를 목 빼고 기다리는데도 안방극장은 여전하다는 소릴 듣는다.

현실에서 막장드라마의 단골은 선거판이다.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면 자신이 몰락하기에 온갖 비방과 추태가 난무한다. 상대방에 대한 아량은 고사하고, 흔한 유머 한마디조차 없다. 흥분과 분노의 도가 지나쳐 자제력을 잃고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감동은커녕 흠집 내기 막말만 뇌리에 남는다. 요즘 선거판은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며 편을 가른다. 정치판을 더욱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천년 고찰 해인사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사찰로 명성이 높지만 스님들 사이에선 수행 선원(禪院)으로 더 손꼽힌다. ‘해인사에 들면 순한 스님도 강단 있고 기개 높은 수좌가 된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런 해인사가 최근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로 안팎이 시끌벅적하다. 해인사 주지였던 현응 스님의 성 추문에서 비롯됐다. 가발을 쓴 비구니 스님과 사복을 입고 여러 차례 숙박업소를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는 1994년 종단 개혁의 핵심 인물로 10년간 조계종 교육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국민과 신도들 충격이 작지 않다.

오죽했으면 범계(犯戒·계율을 어김) 행위로 산문출송(山門黜送)을 당해 절 밖으로 쫓겨났겠나 싶다. 조계종 총무원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절 밖 출입을 금한 동안거 기간에 스님들이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설 명절 기간 거액의 판돈을 걸고 윷놀이를 했다는 의혹 등 추문이 이어졌다. 공석이 된 주지 자리를 놓고 벌써 종단 권력싸움 우려도 나온다. 불법을 가르치는 성지가 이전투구의 난장판이 됐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독경 소리 은은한 해인사를 찾는 길이 심란할 것 같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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