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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도 뜯지 않은 새 상품, 싸게 팝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 설날 명절에도 어김없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무더기로 올라온 선물세트 매물 글이다. 명절 때마다 선물세트를 사고파는 ‘명절테크(명절+재테크)’가 활발했지만 올해는 더 유난했다. 고삐 풀린 물가와 소득 감소가 서민의 명절나기 모습까지 바꾸고 있다.

최근 주요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명절 선물세트를 팔겠다는 글이 폭증했다. 설차례상, 세뱃돈, 각종 선물로 출혈이 큰 상황에서 생활비 지출이라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스팸, 참치캔, 식용유부터 과일, 한우까지 선물세트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스팸·참치 등 보존기간이 긴 2∼3만원대 서민용 실속 선물세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데다 대량의 물품을 소비하기 힘든 1인 가구가 급증한 것도 원인이다.

한국물가협회가 전국 전통시장 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 차례상 비용은 25만4300원으로 전년보다 6%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자료에서도 지난해 4분기 35개 생활필수품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12% 올랐다. 판매 전략도 치밀하다. ‘새상품’ ‘미개봉’이라는 설명도 모자라 ‘개봉 스티커도 떼지 않았다’, ‘선물용 쇼핑백도 드린다’는 문구까지 적어놓는다. 구매 이유도 눈물겹다. “아이가 셋이라 스팸은 많을수록 좋다”거나 “선물 가격이 부담이라 저렴하게 사서 선물로 보내려 한다”고 했다. ‘선물 돌려막기’다.

스팸, 참치 등을 코스피지수와 합친 ‘햄스피’, ‘참스피’라는 신종 지수까지 생겨났다. 상품의 100g당 가격으로 평소 1500∼1600원인 햄스피는 명절 전후엔 20∼30% 급락한다. 지난해 추석부터 자체적으로 선물세트 매입에 나선 중고나라는 올해 스팸 매입 예산을 두 배로 늘렸다.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고물가가 불을 지핀 중고거래는 폭발적으로 느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조사에서 국내 중고시장 거래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5배 늘었다. 당근마켓의 지난해 12월 누적 가입자수는 3200만명으로 1년 만에 1000만명이 급증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소비자들의 니즈를 탓할 순 없겠지만 서민들의 고달픈 일상을 보는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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