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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김만배 “너 녹음하는 거 아니지?” [대장동 게이트, 정영학 녹취록 다시읽기]

, 이슈팀

입력 : 2023-01-25 13:00:00 수정 : 2023-01-25 12: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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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하고, 이 대표도 오는 28일 출석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장동 사건이 다시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돌풍의 핵이 됐다. 대장동 사건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그 일당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에게 로비를 하고, 이를 통해 사업자 선정과 배당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전반적인 과정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최근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사건 핵심인물 발언이 담겨있다. 상당 부분은 이미 보도됐지만 1300페이지 분량의 녹취록엔 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많은데 이를 중심으로 대장동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2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만배 “욱이가 책임감 있는 행동을 했으면…”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녹음한 일명 ‘정영학 녹취록’은 2012년 8월18일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간 통화가 첫 시작이다. 2021년 4월27일 정 회계사와 위례신도시 민간사업자인 정재창씨가 싸우는 통화로 끝나는 이 녹취록에는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9년간 벌어진 이권 다툼의 방대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대화 주제는 다양하지만 녹취록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비용부담을 둘러싼 민간사업자들 갈등이다. 돈을 벌기 위해 뭉쳤지만, 결국 돈을 두고 싸우는 아이러니가 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다. 서로를 험담하며 때로는 “녹음하는 거 아니냐”며 대화 상대방을 의심한다.

 

그 한 장면으로 김씨는 2013년 3월5일 정 회계사와 통화를 하며 남 변호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사업을 위해 ‘공적으로 들어간 돈’을 따지면 본인이 더 배당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나는 욱이가 좀 태도를 바꿨으면 좋겠어”라며 “어떤 태도냐면, 돈 씀씀이라든가 책임감 있는 행동, 책임감 있는 행동을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사업을 시작하기 한참 전인 2013년부터 사업자들끼리 삐걱대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가 남 변호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대화는 녹취록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김씨는 2019년 12월23일 서초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정 회계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너 욱이를 믿냐? 욱이를? 욱이가 예측 가능해?”라고 묻는다. 이에 정 회계사는 “불가능합니다. 순간순간 어디로 붙을지 모릅니다”라고 답한다.

남욱 변호사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만배 “너 녹음하는 거 아니지?”

 

김씨가 2012년부터 녹음을 해온 정 회계사에게 “녹음하고 있느냐”고 묻는 부분도 녹취록에 담겼다. 김씨는 2020년 7월27일 판교 한 카페에서 정 회계사와 대장동 사업 지분 관련 대화를 나누다 대뜸 “녹음하는 거 아니지?”라고 묻는다. 이에 정 회계사는 웃으며 “녹음기 안 켜졌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김씨는 “알았어. 요즘 기자 새X들 너무 녹음해서”라고 말했고, 정 회계사는 김씨가 말하는 도중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답했다.

 

“녹음하고 있느냐”고 묻는 김씨 우려는 현실이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수사가 본격화한 2021년 9~10월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수사 협조 차원에서 녹취록을 자진 제출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이지만 남 변호사나 김씨 등과 달리 한 번도 구속되지 않았다.

 

◆이성문 “횡령한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미치고 팔짝 뛰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직전인 2021년 4월엔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가 김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이 나온다.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 경찰청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송부했다. 이 전 대표 주소지에 따라 용산경찰서가 사건을 맡았고, 경찰은 이 전 대표에게 자금 흐름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사진=허정호 선임기자

이 대표는 2021년 4월21일 정 회계사와 통화에서 “박OO(화천대유 이사)이 커피숍에서 회장님(김씨) 이야기 들었다는데, 수표를 어디 썼는지 밝히라는 거예요. 이성문이하고 박OO이하고 수표를 상당부분 너희들 쓴 거 아니냐(고 김씨가 말했다)”고 토로한다. 정 회계사가 “예?”라고 반문하자 이 전 대표는 “아 진짜 미치고 팔짝 뛰는 거죠 이게”라며 “아니, 회장님(김씨) 몰래 우리가 수표를 100만원, 200만원도 아니고 한 몇십억 썼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게?”라고 정씨에게 말한다.

 

이어 정 회계사가 “그게 (이 전) 대표님이 가져가신 건 아니실 거잖아요?”라고 말하자 이 전 대표는 “가져가긴 뭘 가져가요? 10원짜리 하나 갖고 간 적 있습니까 내가?”라며 억울해 했다. 이 전 대표는 “사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거든요”라며 “이거 진짜 이거는 선배님(김씨)이 진짜 한 차선을 넘는 거고, 우리보고 돈을 횡령한 것도 아닌데 횡령하라고, 네가 횡령했지 않느냐. 속마음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되나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틀 뒤엔 정 회계사에게 김씨가 이상한 것 같다고도 얘기한다. 이 전 대표는 “저는 선배님(김씨)이 진짜, 회계사님은 믿으실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선배님 가끔씩 보면 제 정신이 아닐 때가 있어요”라며 “이게 제 정신이라는 게 뭐냐면 누구한테 농담 삼아 야, 쟤 제정신 아니야 이런 게 아니고요. 진짜. 진짜. 진짜로”라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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