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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유동규의 계획 [대장동 게이트, 정영학 녹취록 다시읽기]

, 이슈팀

입력 : 2023-01-22 14:17:47 수정 : 2023-01-22 14: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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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유동규가 ‘공사 초대 사장 누군지 아느냐’며
‘전문가 앉혀놓고 일은 내가 결정해서 해야지’” 발언
이때는 언론에 공사 초대 사장 발표하기 5개월 전
초대 사장 황무성 “임기 중 사직 종용 당해” 폭로
검찰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하고, 이 대표도 오는 28일 출석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장동 사건이 다시 한국 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돌풍의 핵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그 일당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에게 로비를 하고, 이를 통해 사업자 선정과 배당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전반적인 과정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최근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사건 핵심인물 발언이 담겨있다. 상당 부분은 이미 보도됐지만 1300페이지 분량의 녹취록엔 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많은데 이를 중심으로 대장동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성남도개공 사장 누군지 아느냐…전문가 앉혀놓고 내가 결정해야지”

 

2013년 4월17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 회계사와 통화하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나눈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날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오늘 골프치고 왔는데, 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오실 분하고 골프를 치고 왔다. 누구일 것 같냐’ 그래서 ‘누구신데요’ 그랬더니 ‘GS건설 사장이셨다네. 대표. 전 대표라네”라고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GS건설 전 대표는 실제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으로 임명된 황무성 전 사장을 뜻한다.

 

남 변호사는 이어 “(유 전 본부장이) ‘놀랐지?’ 그러더라고. ‘저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그러니까 ‘야, 대외적으로 명분이 있어야지. 자기 사람 갖다 앉혔다 그러면 ‘파토(파투)’다 그거. 전문가 앉혀놓고 일은 내가 결정해서 해야지. 형 믿고 일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얘길 들은 정 회계사는 “오케이”라고 답한다.

 

남 변호사는 이날 유 전 본부장이 본인에게 “내가 시장님 설득할 수 있고,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할 문제 아니냐”, “니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어떤 방법이든지 형하고 협의하자”, “너랑 나랑 이제 묶였잖냐, 나 죽으면 너 죽는 거고 너 죽으면 나 죽는 거니까 형도 방어해줘라” 등의 이야기도 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성남시가 황 전 사장을 초대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힌 건 유 전 본부장의 녹취록 발언이 있은 지 약 5개월 뒤인 2013년 9월 11일이다. 당시 성남시는 “대형 건설사를 거치며 쌓아온 신임 황무성 사장의 오랜 노하우와 전문적 식견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단기간에 성공적인 공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연합뉴스

◆황무성 “부하직원이 사직서 들고 사직 종용해”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건이 터진 뒤 본인이 임기 중 사직을 종용당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임기를 절반가량 남긴 2015년 3월 11일 사임했는데, 당시 부하직원이었던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이 사직서를 가져와 서명하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유 전 본부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인쇄한 사직서를 가져왔고 거기에 (내가) 서명했다”며 “(유한기 전 본부장이) 시장님 지시로 유동규 본부장이랑 다 이야기가 됐으니까 사표를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제부터 사직을 요구받았나’라는 검찰 질문에 “2014년 3∼4월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2014년 12월 말부터 유한기씨가 (사장의 사표를 받아오라고) 닦달을 당한 것 같다”며 “누가 닦달했는지는 모르지만, 지휘부가 그랬다고 녹취록에도 나오지 않나”고 밝혔다.

 

황 전 사장은 본인이 사직을 강요당한 이유에 대해 “내가 대형 건설사를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에 넣으라고 했는데, 이재명 시장이 대형 건설사를 빼라고 한 것과는 반대된다”며 “제가 걸리적거리지 않나”라고 추측했다.

 

황 전 사장은 ‘당시 유 전 본부장이 공사의 실세였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를 앉혀놓고 일은 내가 결정해야 해야 한다’는 유 전 본부장의 2013년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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