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인수 뒤 경영 소홀 우려
수요 둔화 겹쳐 작년 주가 73% 대폭락
재고 쌓여 車값 할인 투자자 불신 가중
“바닥 찍었다”… 서학개미 순매수 1위
가격 인하 단행 뒤 中 판매량 76% 급등
최근 1주일 개미들 6633만달러 쓸어담아
글로벌 경기 반등 기대감 ‘애플’도 줍줍

전 세계 자동차 대장주, 시가총액 4000억달러, 신기술의 상징, 세계 1위 부자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하지만 테슬라 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테슬라 주식은 곧 ‘수익’이라는 불문율이 있었지만 최근 테슬라 주가엔 ‘쇼크’라는 표현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로켓 추락하듯 급락하는 테슬라
2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73%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400달러를 호가했던 테슬라 주가는 최고경영자(CEO) 머스크가 무리하게 추진한 트위터 인수 이후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잃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4월26일 단 하루 만에 무려 40.53% 급락했고, 이후에도 5월5일(-26.44%), 6월3일(-23.81%), 8월5일(-20.46%), 10월3일(-22.85%) 등 여러 차례 20% 이상 하락했다. 당장 올해 초인 지난 3일에도 테슬라 주가는 전날 대비 15.08% 하락하면서 하루 새 시가총액만 480억달러 이상을 날렸다. 이는 미국 포드차의 시총 499억달러와 비슷한 액수다.
테슬라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고금리 기조 인한 이자 비용 급증, 수요 둔화 등 여러가지 측면이 있지만 머스크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서 오는 ‘오너 리스크’도 크다는 평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440억달러를 들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트위터를 전격 인수했다.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머스크는 트위터 본사에 싱크대를 들고 나타나 “충분히 생각하자(let that sink in)!”며 정보기술(IT) 사업에 집중한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행보를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을 소홀히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머스크가 이달 들어 갑작스럽게 중국 시장과 미국·유럽 지역에서 세단인 모델3·모델S,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모델Y·모델X 등 전기차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것도 ‘오너 리스크’를 키웠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테슬라가 판매 부진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단기적인 매출 상승은 기대할 수 있으나, 충성도가 높았던 할인 전 테슬라 구매자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할인 직전 테슬라 차량을 산 구매자들은 모델3의 경우 1만 달러, 모델Y의 경우 1만3000달러를 손해본 셈이다. 이들 상당수는 테슬라 전기차 구매자이면서 동시에 테슬라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로, 이들의 불만은 테슬라 이탈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테슬라가 할인가로 자동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점이 기업의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히면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테슬라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내놓으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4.96달러에서 3.80달러로 대폭 하향했다. 씨티그룹 역시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기존 176달러에서 14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서학개미’ 순매수 1위는 테슬라
최근 테슬라 주가가 3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났지만 해외 주식을 구매하는 국내 서학개미들은 올해 들어서도 테슬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테슬라뿐 아니라 고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는 나스닥 종목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1∼7위를 차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2일부터 18일까지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미국 테슬라였다. 이 기간에만 6633만달러를 순매수했다.
국내 서학개미들은 테슬라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감에 ‘저점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테슬라가 아시아에 이어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조치를 매출 호조 신호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자오상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대폭 인하한 직후인 이달 9∼15일 중국 내 테슬라 판매량은 1만2654대로 전년 동기 대비 76% 급증했다.
필립 후초이스 제프리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에 대해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 180달러를 제시하며 “이익 마진, 생산 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대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높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가격 인하 발표 이후에도 테슬라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서학개미들은 같은 기간 테슬라 이외에 빅테크 기업인 애플의 주식도 3037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애플의 주가는 하락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반등을 기대하는 심리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같은 맥락으로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15종목 중 7종목이 채권 ETF로 나타났다. 아이셰어스 MSCI ACWI ETF(ACWI)가 순매수 규모 3960만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금리가 하락하면 전 세계 중대형주에 투자하는 채권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서학개미의 규모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전 증시 호황이었던 2021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예탁원을 통한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3755억3000만달러로 2021년(4907억1000만 달러) 대비 23.5% 줄었다.
또 미국 연방국세청(IRA)이 올해부터 자국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비거주 외국인’이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 원자재·인프라·부동산 투자 합자회사) 상품을 거래할 경우, 손실을 봤더라도 매도금액의 10%를 원천징수하는 규정을 시행한다. 가뜩이나 해외주식은 매매차익에 대해 22%의 세금(250만원까지 공제)을 내야 하는데, 이번 미국 IRA의 추가 징수로 서학개미의 세력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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