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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마음만이라도 포근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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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9 22:48:55 수정 : 2022-12-09 22: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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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파리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단연 에펠탑이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귀스타브 에펠이 하늘을 향해 310여m나 뻗어 올라간 에펠탑을 건설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산업기술의 상징물이며, 자본과 기계시대의 승리로 자부했다. 그 밖의 엑스선(X-ray)과 무선 송수신기, 영화 촬영기 등이 발명되면서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렸고,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의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처럼 물질문명이 매력적으로 여겨지던 시기에 폴 고갱은 물질 위주 향락에 묻혀 종교나 도덕 같은 정신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풍조를 개탄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의 세계나 정신적 가치를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그림을 그리려 했다. 그림이 감각에 호소하는 묘사를 넘어 정신적 이념이나 사상을 암시하고 상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폴 고갱, ‘이아 오라나 마리아’(1891)

그 후 고갱은 그림의 ‘어떻게’인 기교가 가장 덜 발달되고 덜 문명화된 곳을 찾아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가슴에 와닿는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아카데믹한 기교 위주 묘사방식과 달리 단순하고 생략된 형태와 주관적으로 선택한 색들로 그림을 구성했다.

‘이아 오라나 마리아’는 타히티 말로 ‘환영합니다 마리아’란 뜻이다. 고갱이 타히티 사람들을 등장시켜 기독교 사상을 표현했다.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마리아고, 그녀 어깨 위에는 아기 예수가 있다. 이들 머리에는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후광이 둘러져 있으며, 타히티의 두 여인은 두 손을 모아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맞이하고 있다. 성모자 앞에 놓인 열대과일과 배경의 열대풍경이 이 순간의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노란 날개를 단 두 명의 천사가 정신적 평온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하다. 이렇듯 고갱은 사람들이 비문명의 원시라며 외면했던 이곳에서 때 묻지 않은 정신적 가치와 믿음을 보았다.

춥고 답답한 연말이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 조건도 썩 좋지 않다는데 자기 주장에만 매몰된 정치가 우리를 더 춥게 한다. 우리 마음만이라도 포근하게 감싸줄 정신적 가치가 그립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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