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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나이를 세는 방법이 가장 헷갈리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나이 셈법은 한국식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세 가지다. 일상에서는 세는 나이를 쓰지만 민사와 행정 분야에선 만 나이를,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은 행정 편의를 위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를 적용한다.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가 하루 만에 두 살이 되고, 노인들은 대부분 음력 생일을 사용하고 있어 나이 계산이 복잡하다. 외국인들은 우리가 나이를 다르게 계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중국에서 비롯된 세는 나이는 중화 문명의 영향을 받았던 한국·북한·일본·몽골·베트남 등에서 쓰였다. 유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태아도 사람으로 간주하는 인본주의가 바탕에 깔렸다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 그보다는 ‘0’이라는 숫자 개념이 없을 때 생긴 농경문화의 흔적이라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중국은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때 사라졌고, 일본은 1950년 ‘나이 세는 법’을 제정해 만 나이를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세는 나이를 지금껏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양한 나이 셈법은 곳곳에서 혼선을 초래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18살 이하는 백신 접종증명이나 음성확인서가 없어도 시설 이용을 가능하도록 했는데, 방역패스는 연 나이가 기준인 반면 백신 접종연령은 만 나이를 적용했다. 헷갈리는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만 나이 계산기’를 찾아야 했다. 임금피크제 기준이 56세인 기업에서 기준 나이가 만 나이인지 세는 나이인지를 놓고 대법원 재판까지 갔다. 외국인들은 세는 나이를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고 조롱한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는 법적·사회적 나이 기준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로 통일된다. 어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민법·행정기본법 개정안에는 만 나이 표시를 명문화해 태어난 해는 0살로, 출생 후 만 1년 전에는 개월 수로 표시하도록 했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본회의 통과가 확실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울리지 않는 고질적 관행을 해소한 사례로 두고두고 기록될 것이다.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는 인습이 더 없는지 찾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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