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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금배지 위세 ‘떵떵’ 윤리는 ‘밑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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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7 22:53:00 수정 : 2022-12-07 22: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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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놀음·정쟁 몰두… 여야 막론 한심 작태

며칠 전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직업능력연구원(직능원)이 주최한 ‘한국인의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 연구(2022)’ 세미나에 참석했다. 직능원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차 조사를 시작으로 4년마다 한국인의 직업의식과 직업윤리에 대한 인식조사를 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선 7차(2022년) 조사 결과를 분석해 간추린 내용이 공개됐다. 올해는 전국 만15∼69세 국민 4501명을 대상으로 일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태도, 직업윤리 및 직무수행 윤리, 주요 직업의식 쟁점 등을 물었다고 한다. 연구 자체가 방대해서 그런지 알차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지난 24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전후로 가족·일·여가생활·능력개발 등 삶의 영역별 중요도 순위가 어떻게 달라지고 세대별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개인적·사회적으로 일(직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 직업별 위세(사회적 지위) 및 윤리 수준에 대한 시각은 어떤지 등.

다만, 우리 사회를 위해 건강하거나 바람직한 신호로 보기 어려운 조사결과도 적지 않아 걱정스러웠다. 예컨대 ‘일하지 않고 돈을 받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5점 만점·3.72→3.26), ‘노동은 사회에 대한 의무이다’(3.70→3.46)에 대한 동의 수준은 2010년 이후 하락 추세다. 반면 ‘직업생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능력보다 학연이나 지연 등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는 수준은 상승 추세다. 특히, 직업생활 성공 조건과 관련해 ‘능력’보다 ‘연줄(배경)’을 중시하는 정도에서 이른바 MZ세대(20∼30대)는 3.14점으로 기성세대인 베이비붐세대(2.85점)보다 많이 높았다.

이강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일에 대한 6개 영역(대인관계·경제적 보상·근로시간·작업환경·자기발전 가능성·사회적 평판) 만족도의 경우 2006년 이후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8년까지 꾸준히 상승하다 팬데믹 이후인 올해는 모두 16년 전보다도 낮아졌다.

어떤 나라와 사회든 튼튼하게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능력에 따라 적정한 보상이 주어지는 근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연구 결과는 국민 상당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부정적 인식이 더 굳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누구보다 민생을 챙겨야 할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심한 작태만 보여 한숨이 나온다. 국민이 보는 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능원이 35개 직업의 위세와 윤리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조사에서 국회의원은 직업위세가 4.39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직업윤리는 2.45점으로 가장 낮았다. 여야 정치권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과연 ‘심기일전해야겠다’고 깊이 반성할까. 고개를 젓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거대 양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도 막중한 국정운영 책임을 다하기보다 이념·진영 논리에 치우친 권력 놀음과 기득권 강화에 몰두하는 꼴을 익숙하게 봐와서다. ‘윤석열 여당’과 ‘이재명 야당’이 들어선 지금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실업난을 비롯해 국내외 경제 위기로 민생고가 극심한데 정쟁으로 날밤 새우며 복장 터지게 하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직능원의 연구보고서를 정독하길 권한다. 새겨듣고 정책적으로 다듬어야 할 내용이 많다.


이강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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