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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진주만 추모일 선포하며 또 '일본' 표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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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7 13:41:06 수정 : 2022-12-07 14:52:48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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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명 거론 대신 '파시즘', '추축국'으로 언급
2021년과 마찬가지… "옛 적이 가까운 친구 돼"

미국에서 매년 12월7일은 ‘진주만 추모의 날’이다. 1941년 12월7일 제국주의 일본 군대가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해 군인과 민간인 24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을 하루 앞두고 내놓은 선언문에서 당시 숨진 이들의 넋을 기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운 참전용사들의 용기를 찬양하면서도 정작 ‘가해자’이자 ‘적’(敵)인 일본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 도쿄=AP뉴시스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12월7일을 진주만 추모의 날로 선포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그 비극적인 12월 아침 목숨이 끊어진 2403명의 군인과 민간인들의 기억을 기린다”며 “또 우리는 공격을 견뎌내고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전투력을 구축한 미군의 회복력을 되새긴다”고 밝혔다. 이어 “진주만에서 벌어진 비극의 여파로 미국인들은 태평양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자유, 정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차대전의 어둠으로부터 자유의 서광이 비치고,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확립이 왔다”는 말로 미국이 주도한 연합국의 승리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고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도 했다. 그는 연방정부 모든 기관들에 진주만의 비극을 추모하는 뜻에서 조기를 게양할 것을 명령하는 것으로 포고문을 끝맺었다.

 

진주만 공습을 일으키고 2차대전에서 미국과 싸운 나라는 다름아닌 일본이다. 그런데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포고문에 ‘일본’(Japan)이란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특정 국가 이름을 지목하는 대신 ‘파시즘 세력’(forces of fascism)이나 ‘추축국’(Axis powers) 같이 보다 더 광범위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다. 오늘날 일본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된 점을 감안해 불행했던 ‘과거’는 잊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달려가자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1941년 12월7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 기지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의 애리조나함(USS Arizona)이 일본군의 공습을 받고 침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는 진주만 공습 8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전쟁 책임을 추궁하지 않고 그냥 “우리는 목숨을 바친 애국자들을 기리고 나라를 지킨 모든 이들의 용맹을 기념한다”는 말로 전쟁에 이기기 위한 미국의 노력만 부각시켰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옛 적들이 이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Old enemies are now the closest of friends)고 했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적이었던 일본과 독일이 지금은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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