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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공영방송법 개정, 누굴 위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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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5 22:58:10 수정 : 2022-12-05 22: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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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여당과 합의없이 강행처리
절차 하자, 법안 내용도 문제 많아
집권 땐 방치, 정권 잃자 내로남불
국민 수긍할 합의안 도출이 순리

더불어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 폭주가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이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식을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전날에는 여당과 협의없이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면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강행 처리하겠단다. 그간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듯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KBS·MBC 등 공영방송 사장은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바꾸고,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각각 21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진 21명은 국회(5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미디어 관련학회(6명), 방송기자·PD·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각 2명씩 6명)가 추천하도록 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국회 몫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더 많이 갖고, 방송단체도 민주당,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가깝다. 결국 민주당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겠다는 얘기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민주당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집권 5년 내내 방송법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한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방송의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당론과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2017년 집권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법안을 팽개치고 전(前) 정부가 임명한 KBS·MBC 사장을 쫓아내고 자기 편 인사들로 채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지적한 게 분수령이 됐다. 그래놓고 정권을 잃자 자기들 코드에 맞는 공영방송 사장을 바꾸지 못하는 법을 만들려고 한다. 내로남불이자,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다.

법안 내용도 문제투성이다. 운영위원회는 국회 추천 몫이 5명뿐이고 나머지 16명의 추천권은 직능단체와 관련 학회 등이 나눠 갖는다. 공영방송은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데 대의기관 대신 직능단체 등의 몫을 대폭 늘리는 게 사리에 맞는지 의문이다. 분열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사진 추천 기관에 포함됐던 광역단체장협의회(4명 추천)를 단독 처리 과정에서 삭제한 것도 지방선거 완패로 영향력이 줄어들까봐서다. 국민의힘이 “친민주당 노영(勞營)방송 만들기”라고 반발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절차에도 하자가 있다. 국회법은 여야 이견을 충분히 토론하라는 취지로 안건조정위원회 활동 기간을 최장 90일로 규정하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이 소수당이던 2012년 다수당의 입법 횡포를 막기 위해 관철시킨 국회선진화법 핵심 조항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당 출신 박완주 의원(무소속)을 동원하는 편법을 써 3시간 만에 무력화시켰다. 지난 4월 법사위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때와 같은 꼼수를 쓴 것이다. 책임 있는 공당이 어찌 이럴 수가 있나.

접점이 없는 건 아니다. 5년 전 민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대선 공약으로 제시,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법안이 있다. 이사를 13명으로 늘려 여야가 7 대 6으로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여당의 이사회 독식을 막고 야당이 강력 반대하는 사람은 사장으로 앉히지 못하는 구조라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다. 이 안을 테이블에 올린다면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내 전략가들은 집권을 위해선 검찰과 언론 장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검수완박을 하려고 온갖 무리수를 두고,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영방송으로 만들겠다’는 미사여구에 속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혼란만 키웠다는 비난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명분 없는 힘 과시보다는 여야 협의체, 국회 특위 등으로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순리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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