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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부총리까지 오른 분이라 이 사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면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진실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웨이보는 ‘펑솨이’, ‘장가오리’라는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했고, 이 글은 20분 만에 사라졌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도 메시지 전송을 막았다.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의 위력이다. 만리방화벽은 중국이 자랑하는 인터넷 검열 통제 시스템으로 만리장성(The Great Wall)과 방화벽(Fire Wall)을 합친 말이다. 사회 안정을 이룬다는 미명 아래 외부 유입 트래픽을 차단하기 위해 1998년 황금방패 프로젝트(golden shield project)를 통해 2003년 완성됐다. 그러다 보니 중국 내에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은 사용이 안 된다. 세계인의 소통 창구인 소셜미디어로부터 중국인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과도한 검열 우려에 해외 빅테크 기업의 철수도 잇따르고 있다. 2010년 1월 중국 철수를 선언했던 구글이 2017년 3월 중국 내 번역 앱 서비스를 시작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무산됐다. 중국 전자책 단말기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아마존 ‘킨들’의 전자책 판매·운영도 내년 6월30일로 끝난다. 조깅앱과 운동앱을 운영하던 나이키, 에어비앤비, MS(마이크로소프트) 일자리 서비스 링크드인도 사업을 접었다.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중국 내 ‘백지시위’가 언론 자유, 인권 등을 외치는 반(反)정부 시위 양상으로 바뀌면서 방화벽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시위정보를 공유한다. 표준 중국어(푸퉁화) 대신 광둥어로 검열을 피해가며 정책에 대한 반감을 소셜미디어에 표출하고 있다. 광둥어는 중국 남동부와 홍콩, 동남아시아 등에서 세계 1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도 광둥어 구호가 등장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걸 중국의 백지시위가 증명하고 있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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