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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어렵다. 상대방과 의견 차를 좁히고 설득하는 과정도 어렵거니와 소통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으면 스스로 현재 얼마나 불통인지 깨닫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는 할 만큼 했고, 문제는 저쪽에 있다며 입을 닫게 된다. 열린 소통을 위해 시작된 도어스테핑이 갑자기 중단된 것만 봐도 그렇다.

 

얼마 전 서울 마포구 자원회수시설(소각장) 갈등을 다룬 기사를 쓴 뒤 아마도 주민인 듯한 분으로부터 항의 섞인 메일을 받았다. ‘서울시가 마포구에 소각장을 짓기로 한 결정에 어떤 비리가 있는지 알고나 썼느냐’, ‘목숨 지키려고 투쟁하는 사람 앞에서 부동산 가격 운운하는 것은 모욕적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윤지로 환경팀장

한 언론에 보도된 의혹은 이미 알고 있었고 주민을 욕되게 할 뜻도 전혀 없었기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 집 근처에 소각장이 들어온다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기존 750t(하루 처리용량)짜리 소각장에 신규 1000t까지 총 1750t을 떠안아야 하는 인근 주민들로선 날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일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31일 소각장 후보지 선정 보도자료에서 “모든 과정에서 항상 주민과 소통하며 그 의견을 반영해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주민 대표로 구성된 주민소통협의체를 조직해 주민과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열리려던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뒤 ‘찾아가는 주민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을 일대일 접촉하고 있다.

 

새 소각장 1000t이 들어서면 마포 상암동은 서울시 전체 소각물량의 40∼50%를 처리하게 된다. 신규 소각장 설치가 어쩔 수 없다면, 기존 시설에서 처리하던 쓰레기 750t을 어떻게 줄이고 어디로 분산시킬지 분명한 계획을 세우고, 당장 계획 마련이 어렵다면 일정표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가장 핵심 사안에서 시는 뜬금없이 ‘믿음’을 강조한다.

 

“아직 십몇 년 남았잖아요? 현재로선 (750t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진 건 없지만 그때까지 용역도 하고 해서 남은 12∼13년 동안 충분히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시장님도 철거한다고 약속했잖아요. 이 이상 어떻게 더 확답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일단 한번 믿어주세요’란 말은 원래 믿기 어려운 법이다.

 

마포구의 새 소각장은 주민 동의 없이도 설치가 가능하다. 마음먹기에 따라 소통을 연기처럼 가볍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소통은 법을 떠나 신뢰를 위해 필요하다. 주민들은 소각장 앞에 세워진 오염물질 현황판도 못 믿겠다고 말한다. 20년 전 현 소각장이 들어올 때나 지금이나 공무원이 주민 대하는 방식이 똑같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행히 이번주 들어 소통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회의가 시작됐다고 한다. 2026년 수도권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 전국적으로 소각장을 지금보다 절반이나 더 늘려야 한다. 마포 소각장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은 앞으로 곳곳에 소각장이 들어설 때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소통의 무게는 750t만큼이나 묵직하다.


윤지로 환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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