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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됐다 나오면 입 여는 대장동 사람들…남욱은 왜 입장을 선회했나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2-11-23 06:00:00 수정 : 2022-11-23 15: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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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이어 남욱도, 대장동 사업에 이재명 연루 가능성 제기
남욱, 법정서 의혹 증언했지만 들은 얘기·추측…증거는 없어
향후 관심은 풀려날 김만배의 입… 이재명 “검찰 독재 정권”

“김만배로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루 의혹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의 측근 중 한 사람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 대표를 겨냥한 작심 발언들을 쏟아낸 것을 시작으로 남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뒤늦게 관계자들이 이 대표와의 연루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남 변호사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예상한 선제적 대응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제 눈은 24일 풀려나는 대장동 일당의 몸통인 김만배씨의 입에 쏠리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왼쪽)과 남욱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에 이어 남욱까지 입 열었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1일 석방된 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본인 등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 증인 신분으로 신문을 받았다. 남씨는 검찰 측 주신문이 시작되자마자 “조사 당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며 자진해서 이 대표 측 연루 관계를 진술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만배 씨에게서 들어서 알았다”며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3억5200만원은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한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높은 분들’에 대해서는 “정진상(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남 변호사의 이같은 진술에서 핵심은 지금까지 천하동인1호의 실 소유주가 김만배씨라는 입장에서 이 대표 측의 숨은 몫이 있다고 종전의 입장을 번복했다는 부분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의 보통주 지분(7%)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는 천화동인 1호는 1208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김씨는 여전히 천화동인1호가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지만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김씨가 이 대표측(정진상·김용·유동규)에 배당금 중 428억원을 주기로 밀약했다”고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도 “천화동인 1호에 자신뿐 아니라 다른 두 사람 지분도 있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진술 번복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는게 법조계의 평가다. 남 변호사의 이같은 발언은 유 전 본부장이 이미 태도를 바꿔 검찰에 적극 협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책임을 덜기위한 판단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검찰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향후 검찰의 구형 및 재판부 양형에 일정 부분 호의적 결정을 기대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검찰 수사의 몇가지 헛점

 

하지만 남 변호사의 진술에는 몇가지 헛점이 있다. 남 변호사의 진술은 “누구한테 요구받았다”, “돈을 전달했다고 들었다”, “직접적으로 보지는 못했다” 등 유보적·제3자적 입장을 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 대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규명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그는 천화동인1호 지분 중 일부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고,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이 이같은 시장실 핵심 관계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지분 관계를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진술이나 증거는 없다.

 

특히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 사이의 연결고리인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측은 여전히 이같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일당과 유착 의혹을 받는 정 실장측 변호인은 “흔히 객관적 물증이라 하는 것은 검찰이 제시한 주장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부분 핵심 당사자들의 진술, 녹취록에 나오는 말”이라고 치열한 법리다툼을 예고했다.

 

검찰로서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이 대표라는 사실을 입증하는게 이 대표를 기소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 대표가 최소한 측근들의 천화동인 지분 소유를 용인했다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측근들의 진술 혹은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증거는 대부분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의 진술 뿐이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검찰로서는 우선적으로 김만배씨가 그동안의 주장을 유지할지, 태도를 바꿀지가 중요하다. 김씨는 오는 24일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다.

 

만약 김만배씨의 추가 진술이 나온다고 해도, 검찰이 이 대표의 혐의를 확정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만약 검찰이 천화동인 실소유주 의혹으로 이 대표를 옥죌 수 없다면 대장동 사업 배임 의혹을 물고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 대표가 시장이던 시절 진행돼 각종 사업구조 결정의 최종결재권자였던 만큼 배임 혐의 의율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장동 투자 의혹의 실체가 아닌,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이 대표의 책임을 묻는 법정 다툼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검찰은 정치공세,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떠안아야 한다. 정쟁으로 정치판은 한층 더 시끄러워질 수 있고, 야당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직면할 수 있다. 설령 재판에 간다고 해도 검찰은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만약 법정 싸움을 벌인다면, 이 대표측은 사업으로 인해 공공환수이익이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뉴시스

이 대표는 여전히 거리낄게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검찰 독재 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우리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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