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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한미협회장 “한·미·일 3국 경제안보 협력에서 한반도 위기 해법 찾아야”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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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3 06:00:00 수정 : 2022-11-22 20: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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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미래의 고성능 무기와 관련
美 공급망 재편 안보 틀에서 바라봐야
한·미·일 회담 경제안보 대화 신설 성과
북한과는 입장차가 있더라도 대화해야

中 자극 발언 금물, 대화하고 이해 구해야
미국發 금리 인상 파장 미시 관리 중요
시중 자금 경색 사태 신용 보강 해줘야
부동산發 외화 부족 사태도 경계해야

한반도가 살얼음판이다. 북한은 자고 나면 미사일을 쏴댄다. 올해만 100발에 육박한다. 얼마 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했고 7차 핵실험도 강행할 태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경제위기도 심각하다. 수출과 생산, 소비 등 주요 경제 지표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고 저성장과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마저 어른거린다. 주식과 채권, 원화 가치까지 요동치며 금융·외환 불안을 키운다.

이런 위기는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경제침체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악재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주변 강대국의 경제·안보 이해와 논리가 우리 생존과 번영의 중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언급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배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아메리카 퍼스트’는 이해할 수 있지만 보호무역주의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허정호 선임기자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외교·안보의 틀에서, 군사적 갈등과 대립도 경제 차원에서 바라봐야 위기의 실상과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 회장은 얼마 전 한·미·일 정상회담의 큰 성과로 경제안보 협력의 길을 연 3국 간 대화 신설을 꼽았다. 윤석열정부가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 질서에 따라 대미·대일 관계를 개선하고 문재인정부 시절의 소득주도성장, 탈원전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 기조를 복원하는 방향이야말로 위기를 타개하는 국가 전략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거시경제와 실물경제, 산업과 금융, 외교와 안보 등에 두루 밝은 보기 드문 전략통으로 꼽힌다. 그는 외환·글로벌금융위기 때 경제·금융 관료를 지냈고 청와대 경제수석·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어 필리핀대사를 맡았고 관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3년간 미 워싱턴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외교·안보 분야까지 식견을 넓혔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미국의 중간선거와 시진핑 3기 체제 이후 미·중 패권 경쟁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선전해 입장이 탄탄해졌다. 대중 강경책은 계속될 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기 체제에 들어선 건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며 그 선두에 시 주석이 있다는 데 정당성을 얻는다. 미국에 굴복할 수 없다. 과거 냉전은 쿠바 사태나 베트남전쟁, 한국전쟁처럼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경고처럼 신흥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 간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소련은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절반을 넘어선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80% 정도이고 구매력 기준으론 추월했다. 전쟁 수행 능력은 경제·산업 역량에 좌우된다. 미국이 느끼는 불안과 긴장은 더 크고 중국을 확실히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 한·미·중·일 등 주요국 간 정상회담이 진행됐는데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까.

“미·중 패권 경쟁의 기존 구도에 영향을 줄 만한 건 없다.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수준에 그쳤다. 다만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국 경제안보 대화 신설이 가장 눈에 띈다. 3국 대화는 상당히 요긴한 구실을 할 수 있고 앤저스(ANZUS: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간 안전보장 조약)처럼 발전할 수도 있다. 대일 관계는 한·미의 틀 안에 넣고 우리가 잘 기동하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의 속내가 드러난 것도 의미가 있다. 시 주석이 한·중 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미·중 회담에서는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언급했다. 한국과 미국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일관된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북한의 도발이 거센데 한반도 정세 관리 방안은.

“북한은 시 주석의 발언을 보고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고 공세 수위를 높여갈 거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군사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방어와 대북 확장억제에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했는데 의미가 크다. 윤 정부는 북한과 입장 차가 있더라도 대화해야 한다. 조건 없이 각자 생각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중 정상은 회담에서 경제 협력에 공감했다. 우리의 대중의존도가 높지만 중국도 부품·중간재·기술 분야에 한국에 의존하는 게 있다. 안보에서 입장 차가 있지만 서로 등을 돌리지는 않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되며 항상 대화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 질서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걸 설득해야 한다.”

―윤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흘렀는데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한다면.

“이전 정부에서 소원했던 한·미,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감성적으로 흐른 대북정책도 바로잡는 방향은 옳다. 그런데 실무자의 말이 앞서는 듯하다. 지난번 유엔총회 때 사전에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발표했다가 문제가 되지 않았나. 외교든 경제든 협상 전후에 말이 많으면 안 된다. 우리가 많은 이득을 봤다고 하면 상대방은 많이 잃었다고 해석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때 우리가 마치 무용담을 늘어놓듯 많은 성과를 자랑하자 미국이 재협상하자고 달려들었다. 말을 아끼고 차분하게 목표를 향해 한 발짝씩 전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이 글로벌 산업 판도에 미칠 영향은.

“공급망 재편은 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예컨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는 드론, 정밀유도미사일 등 미래의 고성능 무기와 관련된다. 미국이 1970년대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 때 기본 골격을 일본·네덜란드·대만·한국처럼 안보적으로 믿을 수 있는 우방국으로 짰다. 그런데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대만과 한국에서 반미·친중 정서가 생겨나면서 공급망이 흔들리니 다시 설계하려는 거다.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에 확실한 자급자족망을 만들려 한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이 새 공급망에 올라타 적정 역할을 맡으면 경제와 산업은 따라올 것이다. 우리의 강점은 제조·건설 능력과 공정 관리 효율성이 탁월한 것이다. 적정 시기에 양질의 제품을 주문량까지 맞춰 보내는 게 어려운 일인데 한국은 인터넷과 자동화, 창의력으로 다 해결하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 원전, 바이오 등 산업 전반에 그런 DNA가 발현되고 있다. 방산 수출은 우연이 아니다. 세계적 명품 K-9은 미국 기술에 기반했지만 제조 능력을 가미해 독일 수준의 성능인데 반값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의 국내 파장이 큰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은 공급 측면에서 촉발된 고물가를 수요 억제(기준금리 인상)로 푼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달러 선호 현상이 나타나는데 패권 장악과 무관치 않다. 그런데 긴축정책에 역풍이 분다. 일본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미 국채를 팔고 미 채권시장엔 유동성이 마른다. 긴축 기조도 한계에 왔다. 이런 상황에서 몸조심하며 견딜 수밖에 없다. 미시 관리가 필요하다. 얼마 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이나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 문제는 금융 당국이 민간과 대화해 필요한 조치를 했으면 문제가 커질 게 없다. 한국전력 채권도 전기료 인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공공요금 억제식 물가 관리는 3·5공화국 시절의 골동품 정책이다. 개방 경제에서 국가가 시장경제의 결과치인 물가를 관리하는 건 당치 않다.”

―자금 경색이 기업 부도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자금 경색은 신용 문제인데 신용 보강을 해줘야 한다. 국책 은행이 회사채를 신속 인수하거나 정부 기관의 보증을 받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가 보증 기관에 대규모 출자를 하고 금융회사의 인수 능력도 활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생존 가능한 기업을 살리되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시켜야 한다.”

―환율이 요동치면서 외환위기를 걱정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외환 개입은 두 가지다. 원화 절상 방지는 달러 매입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니 걱정할 게 없다. 반대로 절하 방지는 달러를 매도해야 하니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비싸게 팔고 나가게 도와줘 공돈을 챙겨주는 거다. 부동산 하락도 조심해야 한다. 1980년대 스칸디나비아 외환위기는 부동산 가격 폭락에서 촉발됐다. 대출담보 가치 하락 탓에 은행 건전성이 나빠지자 외국계 은행이 ‘크레디트 라인’을 단절해 외화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경기 하강기에는 규제를 풀어도 투기가 발생할 수 없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와 같은) 더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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