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 정상은 그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경제안보 대화도 신설하기로 했다. 신냉전 격화로 동북아 군사적 긴장과 복합 경제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제 3국 간 경제안보 대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양자 간 현안을 푸는 게 급선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 기업이 자동차, 전기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IRA의 이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우려를 잘 안다”는 수준에서 한 걸음 진전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사용 시 가용 수단을 활용해 압도적 힘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상원 승리로 국정 동력을 확보한 만큼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거의 3년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도 의미가 크다. 양 정상은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조속히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 협의가 없었다지만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며 해결책을 한국에 떠밀었던 종전의 입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미 양국 기업의 기금에다 국민 성금을 보태는 ‘문희상 안’처럼 여러 대안이 나와 있으니 양국이 한발씩 양보해 빠른 시기 안에 합리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기 바란다. 윤 대통령의 제안처럼 미래지향적으로 과거사와 북핵 위협 및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수출 규제 등 산적한 현안을 모두 테이블에 올리는 담대한 접근도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어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는 ‘신아세안 구상’을 발표했다. 제2위의 교역 대상인 아세안국가와 협력을 확대해 경제위기 극복의 동력으로 활용하자는 것인데 다변화 차원에서 방향은 맞다. 하지만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과 긴장 관계를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한·미·일 정상의 공동성명을 놓고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결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오늘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 성공 후 처음 등장하는 외교 무대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제 만났고 중·일 정상회담도 17일 태국에서 열린다. 우리도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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