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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이중언어 수업의 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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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02 23:36:50 수정 : 2022-11-02 23: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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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한·중 이중언어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담임선생님이 다가왔다. “우리 반에 마음이 여린 애가 있는데 지난 시간에 앞에 나와서 발표하려다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모른다면서 들어가라고 해 기분이 나빠 오늘 학교 안 간다고 울고불고 했다고 학부모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교육을 천직으로 알고 30여년 교육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 온 필자는 갑자기 멍해졌다. 코로나19로 학생과 선생님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다 보니 누가 누군지 얼굴도 잘 모른다. 있는 그대로 잘하면 잘했다고, 틀리면 틀렸다고, 부족하면 더 노력하라고 할 뿐이다. 누구를 편애하거나 차별한 것이 아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한·중 이중언어 수업은 학생을 앞으로 나오게 해 발표시키는 일이 잦다. 언어란 자꾸 표현해야 하고 그래야 회화 실력도 늘 수 있다. 그런데 앞에 나와서 장승처럼 입을 꾹 다물고 버티고 서 있으면 시간만 흘러가니 이 한 학생만을 위해 계속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잘 모르겠으면 좀 더 연습하고 발표하자” 하고 들여보낼 수밖에. 아마 학생은 집에 가서 부모에게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고 잊어버렸는데 선생님이 모른다면서 들어가라고 해 기분이 나빴다’고 말한 모양이다. 부모는 그 말만 믿고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학교에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보였다.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교실 안에서 학생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선생님이다. 학생이 모르는 것과 부족한 부분 그리고 품행이 바르지 못한 부분은 지적해줘야 고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무리 내 자식이 소중해도 한 학생만 지켜보고 기다려주길 바라는 건 어찌 보면 ‘남의 집 자식은 피해를 봐도 괜찮다’는 이기심의 발로 아닐까. 또 학생 스스로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선생님을 비롯한 타인의 지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균형 감각과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 무분별하고 과분한 칭찬은 자칫 학생을 오만하게 만들고 이는 올바른 성장에 해가 될 뿐이다.

동료 선생님 중엔 ‘학부모 눈치 보고 비위 맞추기가 어렵다’는 이가 더러 있다. 간섭이 너무 심한 학부모를 만나면 ‘빨리 학기가 끝나 더 이상 만나지 않기를’ 하고 고대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평가를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 학교에서 학생의 학업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니 학부모는 자녀의 학업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많은 돈을 들여 학원에 보내 학업성취도 평가를 받도록 한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얼마 전 정부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에 참여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학생들 줄 세우기를 한다”며 비판하는가 하면 “기초학력 저하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의 미래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달렸다. 미래의 주역인 어린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바란다면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선생님들이 철학과 소신을 갖고 제대로 교육 활동을 할 날이 오길 소망한다.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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